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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Aug 16. 2024

눈 깜짝할 사이 열살이 된 딸

   딸아이가 태어난 2015년 3월, 출산을 하고 나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나다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정말 어림없는 꿈이었어요. 출산은 이제 엄마라는 숙명의 길의 출발선에 섰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딸아이는 50일경부터 밤에는 5시간씩 통잠을 자주는 고마운 아기였어요. 밤이 되어도 1,2시간 이상 자지 않는 아기들이 주변에 많았거든요. 책에만 나오는 밤에 자는 아기라며 다들 저에게 복 받았다고 했죠.


   그치만, 제가 힘들어 했던 건 낮이었어요. 밤에 푹 자서 그런지 딸아이는 도통 낮에는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어요. 밤과는 다르게 낮에는 등센서도 어찌나 예민한지 1시간 공들여 재워 눕히면 30분 내에 깨는 날도 많았죠. 밤에 푹 자는 대신 깨어있는 낮 동안 엄마와 알차게 놀고 싶어하는 아기였어요.


   낮잠을 거의 자지 않고 놀다 보니 체력소모가 컸는지 수유텀이 짧아졌고 수유량이 많았어요. 저는 배고파 우는 애와 이미 넘어버린 1일 권장 수유량 사이에서 갈팡질팡 어찌할 바를 모르던 초보엄마였어요. 권장 수유량 따위 하루 정도 넘겨도 아무 상관 없었을텐데 말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저는 예쁜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육아맘에게 그런 시간은 없더군요.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 남편이 아주 육아에 적극적이었지만 밥을 번갈아 먹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그나마 아기가 울거나 엄마를 찾으면 내 밥은 코로 들어가도 괜찮은 상황이 너무도 못견디게 힘들었어요. 하루 세 번 돌아오는 전쟁 같은 식사 시간이 힘들어 둘째는 낳지 않겠다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시간들이 그 때는 정말 길게 느껴졌는데 어느새 딸아이가 10살이 되어 이제는 카페에서 1인 1음료를 시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옆 테이블에 아기와 함께 카페에 와있는 가족을 보니 그 시절의 우리가 생각났어요.


   요즘은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들을 보면 그렇게 눈길이 가고 예쁘네요. 오물오물거리는 것도 신기하고 하품하는 것도 마냥 귀엽고 자라나는 생명이 그저 신비롭더라고요. 막상 딸아이 키울 때는 그저 육아가 버겁고 힘들어서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 때는 몰랐는데... 내 인생에 참 좋은 날들이었네요. 함께 여행을 와 있는 오늘도, 돌아보면 참 좋은 날들이겠지요.


   햇빛이 바삭바삭하던 8월의 어느날 여행왔던 그 때가 참 좋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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