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가족 상담을 배우던 수업 중이었어요. 가족 상담 학자 보웬의 이론을 배우는 시간이었죠. 보웬의 다세대 전수 이론이 유명한데요. 다세대 전수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자녀에게 대물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때 교수님이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한 여자아이가 어릴 때 부모님과 놀이동산에 갔다가 많은 인파에 휩쓸려 손을 놓쳤고, 가족을 잃어버렸다 다시 만났어요. 가족을 다시 만나기는 했지만,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꽤 강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그 여자아이는 이후 손을 놓지 않으려는 습관이 생겼고, 커서 엄마가 된 이후, 자녀들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 본인은 행복해졌다고 했죠.
그런데 문제는 자녀들이었어요. 양손을 꽉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자녀들은 자유의지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는 문제가 생겼거든요.
모양은 다르지만, 엄마와 자녀들 모두 결국 건강한 거리 두는 관계에 문제가 생겼고, 이렇게 다세대 전수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였죠.
엄마가 되어 가장 경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나의 상처를 그대로 아이에게 물려준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거든요.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니까요. 딸아이가 태어나 한 살 한 살 커갈수록, 그 나이의 내가 함께 커가는 기분이 들어요. 딸아이가 어릴 때는 조금 덜 했는데요.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는 제가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기분이에요. 어떤 날은 그것이 마냥 버겁고, 힘들기도 했어요. 학교 다니던 시절 힘들었던 기억도 같이 되살아났거든요. 그러던 중 서로를 응원하는 육아 동지이자, 아끼고 신뢰하는 대학원 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 아이들 덕분에
우리가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거예요.
정말 치유적이잖아요.
나보다 멋지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완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육아는 내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기회에요. "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벅차올랐어요. 내 어린 시절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나에게 그것을 극복하고, 승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딸아이가 주고 있었구나 해서요.
서툴지만, 하루씩 자라나는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해 주는 딸아이에게는 내 상처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그게 딸아이를 가장 잘 키우는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