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갈등의 끝에서, 남편과 나

by 마잇 윤쌤

"가깝고도 먼 사이가 있다더니,

우리 관계가 그렇구나 싶다.

우린 가까이 지낼 사이가 아닌 것 같다.

며늘 아가가 일을 그만두던지, 아이를 볼 사람을 구하든지 해라."



시어머니는 긴 문자를 남편과 나, 두 사람에게 동시에 보냈어요. 긴 문장의 끝은 단호했습니다.


담담하게 쓰인 긴 문자를 몇 번이고 눈을 의심하며 다시 읽었어요. 믿을 수 없었지만, 그 속에는 어떤 협의도 미안함도 재고의 여지도 없었습니다.


기가 막혔어요. 시어머니에게 제 일은 이토록 그만두라고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싶더군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머릿속에는 친정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제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며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해 주셨던 부모님...


친정 엄마는 딸아이를 여덟 해 넘게 키웠고,

지금도 아이가 괜찮은지를 걱정하고 있는데...


시어머니는 아이를 돌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더는 아이를 봐줄 수 없으니, 저에게 일을 그만두라는 문자 한 통을 보내오다니... 분노가 치밀었어요.


남편의 반응은 언제나처럼 차분했습니다. 자신도 시어머니의 문자를 확인했고, 통화를 했다면서요.



"잘 알겠다고 했어요.

시터를 구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너무도 평온한 말투에, 저는 순간 숨이 막혔어요. 우리 얘기가 아니라, 남의 얘기처럼 들렸거든요.


저는 아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

정말 내키지 않았던 시어머니 육아도 시작했던 건데...


그걸 아는 사람이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지...

휴대폰도 없는 여덟 살 아이를,

남에게 맡기자니...


참을 수 없이 화가 났고,

그때부터는 그간 쌓였던 감정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기로 했다고 어머니께 전화해 봐요. 당신이 그만둔다고 말해보라고!"



남편은 당황했어요. 어차피 그렇게 할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면서요.


저는 그 말이 더 화가 났고, 더 서러웠어요.


시어머니도, 남편도,

결국은 정 안되면 제가 일을 그만두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구나 싶어서요. 저는 일을 그렇게 간단히 내려놓을 생각이 절대 없는데 말이죠.



"그래, 그러니까!

어차피 당신은 그만둘 수 없고,

내가 그만둬야 할 테니까!

어머니는 문자 한 통으로

애를 안 본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제일 아쉬운 사람은 나니까.

당신 아들이 아니고."



화가 나서, 서러워서,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며 악을 썼어요.



"우리 엄마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도,

딸아이가 잘 지내는지 걱정을 하는데...

당신 엄마는 딸아이 걱정은 전혀 없으시네...

나는 아이 데리고 엄마 집에 가야겠어."



저는 이성을 잃고 캐리어를 꺼내 펼쳤어요.

옷과 짐을 마구 던져 넣으며 목 놓아 울었어요. 어른이 되고 그렇게 많이 울었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친정에 갈 수는 없었어요.

엄마는 항암 치료 중이었거든요.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긴다고 했을 때도, 걱정이 많았던 엄마에게 "괜찮을 거야, 잘 지낼 거야."라고 안심시켜 드렸었는데...


이제 와서 밤중에 캐리어를 들고 아이와 친정에 가면, 부모님이 얼마나 더 크게 걱정을 하실지, 미안해하실지 생각하니 도저히 갈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이후, 저는 며칠을 끼니도 건너뛰며 울었고,

남편과는 결혼 한 이래로 가장 긴 시간 격렬하게 싸웠어요.


그 싸움 이후, 둘 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감정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고, 근본적으로 무언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거실 한가운데에는 캐리어가 며칠째 그대로 펼쳐져 있었죠. 텅 비어버린 제 마음처럼, 어디서부터 무엇을 채워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생각처럼요.


이제, 다시 고민해야 하는 돌봄의 문제.

누구에게 우리 아이를 맡겨야 할까...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나는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어요.


친정 엄마도, 시어머니도 아닌...

이제 오롯이 저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습니다.








부모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우리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keyword
이전 11화시어머니와의 육아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