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아이 돌봄에 참여한 지 2주쯤 되었을 때였어요. 그날도 평범한 하교 시간이 될 줄 알았죠.
그런데 뜻밖에,
딸아이 1학년 담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어머니, 딸아이가 보호자 분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 교실로 돌아왔어요.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해달라고 하네요. "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그날은 시어머니가 학교 정문 앞에서 아이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어요.
수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엄마... 엄마... 할머니가 없어... "
저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고,
동시에 남편에게 메신저로 급하게 상황을 전달했어요. 남편은 시어머니와 바로 통화를 했고,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어, 아들! 엄마, 지금 학교 앞에 있어.
잠깐 친구랑 통화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나왔었데? "
시어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화산이 폭발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입학 한지 한 달도 안 된 여덟 살 딸아이가 학교 교문에서 다시 교실까지 걸어가며 얼마나 울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졌어요.
"내가 어머니랑 통화해 볼게요."
저는 그 상황을 참기 어려웠지만,
남편은 극구 말렸습니다.
"내가 잘 이야기했으니까, 앞으로는 괜찮을 거예요."
속상했지만, 어머니가 저와 워낙 다른 분이라는 것은 모르지 않았으니까요. 앞으로 더 신경 써주신다면야 괜찮겠지... 이런 일은 없겠지...
애써 스스로를 설득하며 불안한 마음을 눌렀어요.
그런데, 그 불안은 예감처럼 현실이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돌봄에 참여한 지 4주째 되던 날, 같은 일이 또 벌어졌어요.
이번에도 딸아이는 울며 교실로 되돌아가 담임 선생님에게 "엄마에게 전화해 주세요"라고 말했어요.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저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거든요.
남편은 여전히 중간에서 양쪽 눈치를 보며 중재하려 했지만, 이젠 그에게조차 화가 났습니다.
남편은 단 한 번도 시어머니의 편을 들며 저를 비난한 적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단 한 번도 '내 편'이 되어주지도 않았습니다.
아, 결국 이건 내가 말해야 하는 일이구나...
그날 남편은 늦게 퇴근했고, 저는 시어머니와 단둘이 마주했어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제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제 표정과 태도가 그렇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니,
학교 앞에서는, 웬만하면 통화는 하지 마셔요. "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시어머니는 떫은 얼굴로 대답하셨어요.
"아니, 그게 정말 잠깐 통화한 건데... 그렇다. "
완전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말만 남긴 채 시어머니는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저와 남편에게 동시에 도착한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그 문자를 읽는 순간,
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그날 이후,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선이 그어졌습니다.
부모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우리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