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by 마잇 윤쌤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어느 날은 치료실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마주하는 사람이고, 어느 날은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잡는 강사입니다.


어느 날은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따라다니는 엄마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한 사람입니다.


가끔은 하루에도 다른 역할로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매일 저녁,

"내일은 뭘 입지?" 하는 고민에 빠집니다.


돌아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저는 저를 가꾸는 일을 한참 뒤로 미뤄두고 살았습니다.


옷은 늘 편한 것들만 입고,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고,

거울을 오래 바라보지도 않았어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오래전에 알던 지인을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지인은 계절에 꼭 맞는 코트와 털목도리를 두르고,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와 구두까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빛이 나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저는

어딘가 한참은 구겨진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의 공기와, 그 순간 스스로를 바라보던 제 마음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옷은 저를 말해주는 첫 문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치료실과 강의실에서,

제 옷차림은 제가 하는 말의 무게를 조금은 대신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에서 신뢰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자리에서건 너무 튀지 않으려고 합니다. 도드라지게 주목을 끌 만큼 화려하지는 않되, 그렇다고 쉽게 사라지지도 않기를 바랍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결이 느껴지고,

말보다 태도가 먼저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조금씩 정돈되어 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나이에 맞는 단정함을

천천히, 오래 입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내일 입을 옷을 고르며

저는 내일의 태도도 함께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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