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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Oct 30. 2024

엄마에게 가기 싫었던 이유

   폐암 4기 엄마가 돌아가시고 맞이한 첫가을, 남편과 딸아이와 친정으로 가던 길이었어요. 엄마의 추모공원은 친정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였죠. 친정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남편이 이야기를 꺼냈어요.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것 같은데, 

    장모님 뵈러 갈까요?" - 남편 



   딸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다고 대답했죠. 저는 어쩐 일인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남편도 딸아이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고, 저는 몇 초간의 망설임 끝에 그러자고 했어요. 


   햇빛도 좋고 하늘도 예쁘던 가을날, 남편과 딸아이는 기분 좋게 추모공원에 내려 엄마에게 향했어요. 정말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뒤를 따라가던 저는 엄마의 고운 유골함을 마주하고서야 왜 그렇게 오기 싫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결혼하고 엄마와 한 집에 살지도 않았고, 엄마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던 마지막 한두 달 동안은 엄마와 통화도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마음속에 엄마는 많이 아픈 채로 머물러 계셨던 거죠.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이곳에 오지 않으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엄마의 유골함을 마주하면... 마음 속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엄마가 없는 것을 마주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렇지... 엄마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 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직면시키는 기분이더라고요. 엄마가 곁에 있는 것처럼 살고 싶은 저의 마음에 경고를 울리는 것 같았어요.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라는 것처럼요. 


   영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와서는 눈물을 흘리는 저를 남편과 딸아이가 잘 토닥여주었어요. 한동안 그립고 보고 싶기도 하면서도 원망스럽고 미운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들어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남편과 딸아이와 다음에 또 오겠다며, 엄마가 좋아하는 예쁜 꽃 많이 보고 계시라고 인사하며 돌아왔어요. 햇볕이 잘 드는 자리라 좋다고 이야기하면서요.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엄마가 떠난 겨울이 다시 돌아오고 있구나 싶어 시간의 빠름을 새삼 느낍니다. 이제 두어 달 있으면 엄마가 떠난 지 1주기가 되겠네요. 그때쯤이면 엄마에게 덜 응석 부릴 수 있을까요? 그곳에서 엄마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계신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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