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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Ability Mar 16. 2019

변호사의 숙명

변호사 일이라는 건

Tim Eitel

2019. 3. 16.


안개 자욱한 토요일 아침,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

고인이 남편의 의뢰인이지만 나도 아는 분이라 동행했다.

남편은 안되었다는 말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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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도 잠시, 빈소에 도착하자 유족들이 앞으로의 소송진행을 궁금해하기에 소송수계(상속인들이 소송을 이어받는 것)에 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 재산을 두고 다툼이 생길 조짐이 보여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대해서도 정리해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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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에 따라 '상속인들이 어쩜 그래'라고 할지 모르지만 원래 사람이 그렇다. 이 세상의 모든 분쟁은 사람이 원래 그래서 생기는거다. 인정에 이끌려 아무 말 못한채 처리했다가 나중에 큰 다툼이 생기는 것보다 차라리 협의해서 정확하게 처리하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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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변호사회 대변인 시절 인연이 된 기자님과의 식사자리에서 기자님은 '법조출입 할 때는 몰랐는데 출입처가 바뀌고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세상의 모든 안좋은 일은 법조로 가는 것 같아요'란 말을 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저는 사안을 나쁘게 의심해서 보는 직업병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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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문을 하다보면 의뢰인들은 본인들의 BM이나 앞으로 추진 방향에 대해 희망에 차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머릿속으로는 시물레이션을 돌린다. '이렇게 됐을 때의 법률이슈, 이렇게 안됐을 때의 법률이슈...' 나의 나쁜 의심병이 오히려 변호사로서의 강점이 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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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서 돌아오는 길, 돌아가신 의뢰인을 기리며 통탄의 눈물을 흘려야 법정드라마에 등장하는 따뜻하고 정 있는 변호사의 그림이 나올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감정몰입이 되어 일하다가는 큰일난다. 일을 그르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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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한켠에 갖고 앞으로 어떤 증거로 어떻게 싸울지 얘기하며 마음을 다잡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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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업무 #직업병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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