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비효율'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능률과 효율, 결과지향적인 세계에 몸 담고있는 내 삶에서 지극히 비효율적인 예술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순수함을 느끼다 못해 경건해진다. 무수히 점을 찍는 행위나 끝없이 덧칠하는 행위들은 (그의 예술적 의미를 차치하고) 실리주의 측면에서는 굉장히 무용한 작업일텐데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한 창작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 지적활동이 아닐까 싶다.
작고하신 황현산 선생님도 "예술이 지향하는 이상 가운데 하나는 아름다우면서 쓸모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 것은 이 쓸모없다는 것은 '지금은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그것의 쓸모를 찾아내는 것이 문화의 발전이다." 라는 말을 하셨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오늘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당장 쓸모있는 일만 한 것인데 복잡하고도 쓸모있는 정신노동을 한 후에 밀려오는 헛헛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