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힘책 EP06
세 가지를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 스틱 87p
보통 제가 하는 편집들은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의 녹화본을 가지고 10분 내외의 영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3시간의 기록물이 10분 내외의 영상이 되기까지 저는 그 녹화본을 적어도 10번 이상을 봅니다. 무엇을 살릴지 무엇을 줄일지 최소한 10번의 고민이 뒤따르겠죠. 그렇게 하고도 고객사가 더 노출했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다시 그 부분을 추가하고 다른 부분을 줄이는 수정의 과정도 거칩니다.
처음에는 단순합니다. 말이 꼬이거나 덜 웃긴 부분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쉽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반복을 찾아내기 위해 직접 자막을 작성하며 검토하기도 하고, 무뎌진 감각을 보완하기 위해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보이면, 그 부분은 덜어내야겠죠.
더 큰 예산과 시간이 투입되는 영화 편집은 어떨까요? 수많은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가고, 아쉬운 컷도 무수히 많을 겁니다. 그래서 감독판이 따로 나오기도 하죠.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컷을 분석하는 내용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대가들의 영상에는 불필요한 컷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제한이 있을수록 우리는 더욱 창의적으로 변하는 법입니다.
물리적으로 분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 회사의 자랑거리가 많고, 홍보하고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두 번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준비한 그 마음은 결국 두 번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전략이 되고 맙니다. 때로는 주연을 위해 조연이 조명을 비켜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누가 주연인지도 모를 때가 많다는 점이죠.
보통의 영상의 길이가 10분 내외로 정해진 것도 현대인의 집중력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유튜브 제작을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실제로는 10초 안에 승부가 갈립니다. 사실, 그전에 썸네일에서 이미 선택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죠. 만약 우리의 콘텐츠가 누군가의 클릭을 얻었다면, 더 이상 그들의 집중력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핵심이 여러 개면 안 됩니다. 단 하나의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편집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