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100일 프로젝트, 그 후
지난해 가을, 브런치를 통해 카오오에서 진행하는 '카카오 프로젝트 100'을 접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은 카카오 크루에서 시작된 문화운동으로 개인과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돕는 일종의 넛지(옆구리 찌르기) 프로젝트다.
공동의 목표를 지닌 참여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100일간 좋은 습관을 함께 만들어가며 삶의 활기와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자는 취지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프로젝트 진행 기간 동안, 행여 실천하지 못하는 날에는 하루에 1000원씩 기부를 하는 강제성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습관은 '하루 10분 요가 스트레칭하기'였다. 독서나 글쓰기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는데, 매일 오랜 시간 앉아 글을 읽고 쓰다 보니 몸이 계속 굳는 느낌이었다. 몸이 뻣뻣하다 못해 여기저기 결리고 쑤시는 등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자, 하루에 10분이라도 짬을 내어 매일 스트레칭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1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 남편과 같이 실천 달력을 만들어 실행에 옮길 때마다 참 잘했어요 스티커도 붙여보고, 지면으로 출력해 냉장고에 붙여놓고 펜으로 동그라미를 표시하기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기 싫은 마음은 언제나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손쉽게 이겨버렸다.
그래서 카카오 프로젝트를 보고는 이거다! 싶었다. 해당 페이지에 들어가 프로젝트 100의 목록을 살펴보니 이미 '매일 요가 15 분하기' 방이 개설돼있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신청 버튼을 눌렀다. 빛의 속도로 10만 원도 결재했다. (하루 1천 원씩 100일 기부금을 선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정원이 20명이었던가. 암튼 내가 신청할 당시에는 방장을 포함해 멤버 2명이 전부인 듯했다. 몇 분만에 답장이 왔다. 당연히 수락 메시지일 거라 판단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메시지를 확인해봤는데, 웬걸 거절 메시지였다. 특별한 사유는 없었다. 응? 거절? 왜???
당연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동안 운동 습관 만들기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나름 깊은 자기반성을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보자며 용기 내어 신청한 것인데 일언반구도 없이 거절이라니. 차라리 내가 방을 개설해?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방장은, 음 뭐랄까,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이윽고 나는, 그래, 혼자라도 해본다 내가! 다시 해보는 거야!! 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던 것이다.
그래도 거절당한 그 요가 15분 프로젝트에서 내가 한 가지 힌트를 얻은 것이 있다. 바로 참여 방법이다. 참여 방법을 살펴보니, 유튜브에 올라온 아무 요가 동영상을 따라 15분간 요가 수련을 한 뒤, 영상을 캡처해 매일 채팅방에 인증숏을 공유하라고 명시되어 있는 게 아닌가. 혼자 하더라도 그 방법을 따라 하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기분이 날 것 같았다. 거절당한 다음 날인 2019년 9월 7일, 그렇게 나는 나 혼자만의 요가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튜브에 '요가'를 치니 수백수천 개의 요가 영상이 주르륵 나왔다. 그렇게 많은 요가 유튜버가 있을 줄이야. 그중 15분 내외 짧은 수련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위주로 선별해 매일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고서 그들을 따라 요가를 했다. 그리고 매일 수련한 영상을 캡처한 뒤, 메모장에 짧은 일지를 남겼다. 나 혼자만의 인증 절차였다. 처음에는 힘들다, 결린다, 아프다는 말 뿐이었지만, 하루하루 거듭할수록 시원하다, 전보다는 동작이 잘 된다, 조금씩 유연 해지는 것을 느낀다, 같은 소감을 남기게 되었다.
아침에 요가를 하는 날에는 모닝 요가를 선택하고, 자기 전 요가를 하는 날에는 숙면 요가를 선택했다. 엉덩이가 뻐근하면 골반을 풀어주는 요가를, 어깨가 아프면 상체 이완 요가를, 다리가 무거운 날에는 햄스트링 풀어주는 요가를 했다. 더 많은 시간을 수련하고 싶은 날에는 1시간 영상을 틀고 요가를 했다. 어떤 날에는 아침, 밤 하루 2번 하기도 했다. 요가 유튜버는 내가 찾을 때마다 기꺼이 나만의 요가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 동작을 알려주는 족집게 과외 선생님. 아, 왜 진작 유튜브를 켜지 않았던가. 조금이라도 일찍 알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원래 프로젝트는 12월 15일에 종료가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요가 100일 프로젝트는 12월 23일 날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치앙마이 여행으로 불가피하게 할 수 없던 날들도 생겼고, 여차저차 하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다. 카카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면 8000원의 기부금을 냈을 것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나만의 요가 100일 프로젝트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완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10분을 하던, 30분을 하던, 하루의 성취를 이루면 하루 분량의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것이 켜켜이 쌓여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100일 프로젝트가 지났지만, 여전히 난 하루에 10분 이상 요가 스트레칭을 한다. 요가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물론 그 습관은 언제든지 도망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하루라도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뻐근해지는 것을 전보다 더 강하게 느끼는데, 내가 그 감각에 예민해진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요가로 몸을 풀어내고야 마는 것이다. 귀찮은 마음보다 하고 난 후의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이 앞서기 시작했다.
100일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는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바뀌어 자발적으로 또 다른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SNPE 바른 자세 척추 운동 하기와 1일 1 클래식 듣기가 바로 그것이다.
4개월 넘게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지만 어깨, 등, 꼬리뼈 통증은 별로 나아지지가 않았다. 근육을 푸는 마사지를 받으면 좀 나아졌다가 이삼일만에 다시 통증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차에 속근육을 풀어준다는 바른 자세 척추 운동 SNPE를 알게 되었다. 알아보니 근거리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고, 바로 등록을 해 1월 2일부터 시작했다. 첫날 바로 교정 벨트, 목베개, 다나손 등 기구도 구입했다. 요가를 하고 나서 매일매일 이 기구들로 목, 척추, 등, 골반 주변을 풀어주고 있다. 어떻게 된 게 매일 풀어도 매일 같은 곳이 아프다. 하긴, 밥도 매일 먹지만 매일 배고프니깐. SNPE를 100일 수행한 후에는 등, 어깨, 꼬리뼈 통증이 좀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던 차에 '1일 1 클래식 1 기쁨'이라는 신간 소식을 접했다. 책 소개를 보니, 이 책에는 하루에 한 곡씩 총 366곡의 플레이리스트가 들어있고, 그 곡에 얽힌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천일야화처럼 펼쳐진다고 했다. 클래식에 관심이 생겼지만 뭘 들어야 할지 알지 못해서, 유튜브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클래식,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등의 영상을 클릭하던 나였다.
이 책을 쓴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영국 BBC 클래식 음악방송 진행자인 클레 먼시 버턴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색하고 성찰하고 서로 인연을 맺으며 존재하는 여유를 위해 음악이 필요하다. 매일 음악을 듣는 일, 하루 분량의 음악은 영혼을 지탱하는 한 가지 방식이 될 수 있다.'라고.
그녀의 말마따나, 2020년의 출발점에서 나의 하루를 한 곡의 클래식으로 물들인다면 전보다 마음이 다정해지고, 삶이 풍성하고 윤택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순전히 2020년의 시작점에 서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난 이 책을 새해 첫 책으로 구입해 지금까지 하루 한 곡의 클래식을 듣고 나의 작은 부분을 음악으로 채워가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 나 홀로 하는 두 개의 100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게 되면 어떤 감정과 마음이 들지, 실패하게 되면 내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앞으로 100일간 이것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관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