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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Mar 14. 2016

재미로 읽기의 중요성

세 문장으로 읽는 한 권 : 독서는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만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기쁨은 나 자신을 긍정하고 인생의 고통도 껴안게 만든다.
1권을 재미있게 읽어야 100권을 읽을 수 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 갑작스러운 인생의 위기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꾸준하게 책을 읽어라. 

대학교 4학년, 군대를 마치고 복학해서 정신을 차리려 아등바등 애쓰고 있을 때였다. 1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왔을 때이니 다들 정말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고 있을 때다. 어떻게든 따라가려 새벽부터 밤까지 도서관과 강의실만을 왕복하느라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래도 마음에 휴식을 주고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건 짬을 내서 읽던 SF, 판타지 그리고 서스펜스 소설들이었다. 스티븐 킹, 아이작 아시모프, 댄 브라운, 아이작 아시모프, J.R.R 토킨 등등.



그저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선택한 교양과목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큰 대강당에서 듣는 수업이고 출석만 하면 되는 수업이라 대부분 다른 공부를 하거나 낙서 등 딴 짓을 하는 시간이었다 . (스마트폰은커녕 핸드폰도 없던 시절)

읽던 스티븐킹 소설을 꺼내들고 이내 열심히 킹의 적나라한 문장에 빠져 있던 중 문득 옆에서 날 대놓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쳐다보니 같은 과의 복학생 선배였다. 기말 고사가 다가왔는데 소설책을 읽고 있다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한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쓸데없는 소설책 읽고 앉아 있다고 하던 그 선배의 바라보던 표정. 내가 인문학이나 전공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소설을 점점 읽지 않는 사람들


2015년 우리나라 책 시장을 보면 소설을 읽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교보 문고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인문 분야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13.5%포인트 증가한 반면 소설 분야는 16.4%포인트나 감소했다.

단순히 통계만 봐서는 사람들이 인문학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1위를 차지한 '미움받을 용기'같은 자기계발서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자기계발서, 재테크, 수험서 등 생존형 컨텐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읽는 책만 보아도 우리가 처해 있는 헬조선이 보이는 듯.


가뜩이나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2015년에 독서 인구도 6.2%P 감소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삶의 무게에 눌려 책을 읽지 못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그나마 읽을 수 있는 돈과 시간은 삶에 도움이 되는 컨텐츠에 집중하는 걸까.


1권을 재미있게 읽어야 100권을 읽을 수 있다


우리 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 듯 하다.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에서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소설책은 재미있지만 자기 계발과는 상관이 없다, 직장인이나 CEO라면 경제경영 위주의 독서가 도움이 된다, 실용서는 내용의 깊이가 얕다, 만화를 읽는 것은 독서라고 하기는 어렵다 등등.

사이토는 쓸모없는 책, 가치 없는 책은 없다고 얘기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을 강조했다. 작년 자기계발서 시장을 휩쓴 사이토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재미있게 읽는 것의 가치


힘겨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서는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읽는 것에 빠질 수 있는 소설에도  자기계발서와 인문 교양 서적에 못지 않는 가치가 있다.

쳇바퀴 돌 듯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 가고.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고.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면서 잘못된 사회의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도 하고. 유명한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사전식으로 나열된 지식보다는 통찰력을 얻는 것.


소설로 영어 실력 키우기

나는 좋아하던 소설을 읽으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대학교 초년 때만 해도 국내에 환타지나 스티븐킹의 소설들이 번역이 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온라인으로 책만 팔고 있던 아마존에서 비싼 돈을 주고 원서를 주문했다. 토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시리즈와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 ( 이 시리즈를 완독하는데 7년이 걸렸다), 샤나라 시리즈의 테리 브룩스 등.  
처음에는 하나 하나 모르는 단어를 찾으며 읽다보니 하루에 3-4 페이지 읽으면 끝.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사전을 덮고 그저 읽어나가기 시작했다.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저 이런 뜻 아닐까 추측하며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읽어 나갔다. 상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대략적인 줄거리와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충분했다.
이렇게 한권 한권 읽어나가면서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단어에 대한 유추도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정말 궁금한 단어를 한번 찾아보면 그 단어는 자연스럽게 외워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 Lord of the Rings 같은 책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한 5번 정도 읽은 것 같다. 물론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또 다른 독서로의 인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책에서 멀어져갔다. 읽는 것이라곤 업무에 관련된 문서들과 발표 자료들이 대부분. 가끔 책을 읽더라도 왠지 모를 강박감과 죄책감에 소설보다는 업무 관련된 경제 경영 서적을 집어들었다. 짬이 나더라도 신경을 쓰고 싶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시 재미있는 소설을 읽게 됐다. 넬레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추리/서스펜스 소설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쉬지않고 끝까지 책장을 넘기는 독서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 책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고 그 후로 다시 다양한 책을 집어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기적인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에게 어떤 책이 가장 영향을 주었는지 물었더니 프레드 호일이라는 작가의 '검은 구름'이라는 과학 소설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연히 다윈의 '종의 기원'일거라고 예상했었는데. 리처드는 그 책의 이야기로부터 여러가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배우고 여러가지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해줬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재미만을 위해 책을 읽는 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천문학적인 양의 책을 읽어해치우는 움베르토 에코도 '작가란 무엇인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제 머릿 속에는 아직도 낮에 소설을 읽는 것은 지나치게 쾌락을 좇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답니다.


독서만이 인생을 경험하고 재미를 추구하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혹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여러 의미에서 좀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는 것은 틀림없다.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의지는 있지만 잘 실천이 안되시는 분들은 그저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하시길. 환타지나 로맨스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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