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태교한 아이는 다를까?

by 라프

명상 지도를 받고 있는 명상센터의 임산부 요가를 다녔던 언니에게 임산부 요가를 들을 때 어땠는지 물어보기 위한 인터뷰를 부탁했다. 언니는 '내가 받은 걸 갚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흔쾌히 허락해 주었고, 몇 주가 지나 토요일 오전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언니는 40대의 결혼 후에 아이를 가지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었고 시험관 아기를 계속 시도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 다른 언니와 나의 추천으로 일반 명상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명상센터는 일반 명상요가 수업과 임산부 요가 수업이 번갈아 있었는데, 일반 요가 시간 전에 있는 임산부 요가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임산부들을 보며 그렇게 부러웠다고 한다. 한 번은 원장님의 임산부 특강이 있었는데, 언니가 원장님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장님, 저도 꼭 임신해서 임산부 요가 수업 들으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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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의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는데 계속 실패하고 마침 시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암 진단으로 시골에서 올라와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쳐 언니는 임신을 기대하는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고 한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덜컥 자연임신이 된다. 그때부터 매우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던 언니는 임신 안정기를 지나자마자 임산부 명상요가를 시작했고 처음 주2회에서 시작해 주5회까지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다녔다. 인터뷰 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언니, 명상요가로 태교한 아이는 어때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러자 언니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우리 아이에게는 내가 가지지 못한 안정감이 있어요. 주변에서 타는 불이 굉장히 잘 옮겨 붙는 아이들이 있어요. 옆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에 큰 영향을 받아서 금방 휘말려 버리는거죠.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아요. 주변에서 일어난 불이 잘 옮겨 붙지 않죠. 기본적으로 분노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와는 근본이 다른 느낌이 들어요. 정말 굉장히 축복받은 것 같아요."

언니가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고 난 뒤에 내가 명상요가를 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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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해 보였지만 나는 굉장히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특히 지금의 짝꿍을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 하는 동안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돌아오는 어떤 날은 갑자기 우울한 감정이 폭발해서 아무 이유 없이 짝꿍을 목을 끌어안고 엉엉 울곤 했다. 언니의 묘사처럼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쉽게 옮겨 붙는 스타일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없었고 내 감정에 깊이 빠져 있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별로 없었다. 우울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나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옆에 있는 짝꿍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상황이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이나 행동 등에 쉽게 상처 받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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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을 만나 7년간 원장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나의 일상에 명상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술을 마시고 우는 날은 없어졌으며, 일상에서 자주 감정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자 감정의 기복도 예전에 비해 엄청 줄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송곳처럼 뾰족뾰족하게 늘 날이 서 있어서 '누구든 한 번 찔러보시지'하는 마음으로 있으면서 언제든 누구라도 찌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둥글둥글 누가 뭐라고 해도 허허실실 그냥 웃어넘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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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인터뷰를 하면서 아이가 명상요가를 태교로 하면서 얻은 안정감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아주 잘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천적으로 그렇게 안정감 있게 태어났어도 후천적인 영향-부모의 교육방법 등-으로 인해 그런 안정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이와 나의 삶을 오가며 바라 보니 한편으로는 '지난 7년간 쌓아온 나의 안정감이 어느 순간에는 다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잘 돌봐서 타고난 안정감을 잃지 않고 잘 유지되는 것처럼, 나도 나를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도...



윤주영 임산부요가 회원님 인터뷰의 일부를 발췌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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