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밤에 고모에게 전화가 왔다. 일을 보는 중이라 못 받았는데 다음 날은 종일 바쁜 마음에 까먹고 있다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고모에게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끊었는데 고모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니가 웬일이고?”
“아. 고모 그저께 전화 주셨는데 제가 일이 있어서 바로 전화 못 드리고 어제는 까먹었어요. ㅎㅎ”
“그래. 회사는 그만뒀나?”
“아.ㅋㅋ. 아뇨 고모. 아직이요.”
“니 회사 그만둔다고 써놨길래 그만두고 뭐할 건가 해서 전화해 봤지. 회사는 왜 그만둘라고?”
“그냥. 힘들어서요.”
“그만두면 뭐하노, 사업할라고?”
“네, 고모. 사업할라고요.”
“무슨 사업”
“그냥 인터넷에서 물건 팔아보려고요.”
“뭐 파노?”
“이것저것 다 팔아요.ㅋㅋㅋ”
“그래. 잘해봐라. 바쁜데 끊자.”
“네, 고모. 코로나 조심하세용~~”
작년 언제쯤 고모가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했다. 엄마도 친구 신청이 되어 있는 마당에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고모와도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간혹 페이스북에 뭔가를 쓰면 고모는 댓글을 달곤 하셨다.
“신치야, 니는 고모한테 잘 있냐고 인사도 안 하고.”
그러면 나는 당장 고모에게 댓글을 남겼다.
“ㅋㅋㅋㅋㅋㅋ 고모 죄송해요. 제가 자주 안부 여쭤야 하는데, 별일 없으시죠?”
뭐 고모와는 주로 이런 식으로 안부를 묻곤 했다.
이번에도 내일 꼭 퇴사를 하겠다는 다짐을 사진과 함께 올렸는데 그걸 보고 걱정이 되셔서 전화를 하셨다. 이미 회사를 그만둔 줄 알고, 앞으로 뭘로 밥벌이를 할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연락을 하신 거였다.
아빠의 7남매 중에 대빵인 고모는 고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들이 많다. 그중에 특히 우리 아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도 그랬지만 고모에게도 아픈 손가락이었을게다. 친구와 술을 좋아해서 집에 붙어 있질 않던 아버지는 첫째인 나를 낳고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후에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었다. 오랜 기간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던 아빠도 안타까워했지만, 그런 아빠가 낳은 자식들, 고모에겐 조카인 우리도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아픈 아버지를 보며 어디 가서 기죽지는 않을지, 하고 말이다.
어쨌든 늘 걱정의 대상이었는데 우리가 나름대로는 세 명 다 잘 자라 주어서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늘 티격태격하긴 해도 조카 셋을 반듯하게 잘 키운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고모다.
얼마 전 고모의 딸인 사촌언니 둘째 돌잔치와 삼촌네 집들이가 있던 날, 사촌 동생 바지를 입고 편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갈아 입으려고 들어간 사촌 동생 방에 고모가 씻고 주무실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인사하는 내게 고모는 물었다.
“신치야, 결혼은 안 하나?”
“네, 고모. 저 결혼 안 할라고요.”
“그래. 결혼 안 하는 것도 괜찮다.”
“남자 친구랑은 같이 사나?”
“네, 고모. 지금 같이 살아요.”
“그래, 결혼 안 하고 둘이 같이 사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에 고모와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고모를 생각하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우리 고모, 언제부터 저렇게 쿨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