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야

회사 가기 싫은 날

by 라프

9월 초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얘기하고 벌써 3주가 지났다. 마지막 주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연휴 시작 전인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가를 내기로 했다. 남은 기간은 일주일. 퇴사 전의 짧은 기록.


# 퇴사 D-9

출근하는 마지막 월요일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월요일이 힘든 적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힘들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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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만드는 회사라 2020년 10월호는 마지막 마감이기도 하다. 회사에 도착해 출근 도장을 찍고, 발열 체크를 하고 자리에 앉아 회사 이메일을 확인한다. 잠시 후 교정지(인쇄 전 잡지와 같은 재질로 최종 원고를 인쇄한 종이)가 도착해 마지막으로 쓴 기사를 확인했다. 신입사원에게 광고 페이지를 광고주에게 최종 확인시켰고, 급하게 들어온 광고 데이터에 문제가 있어 홍보 담당자가 몇 번의 전화 통화 끝에 결국 망고 보드로 광고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 디자인 실장님에게 전달했다. 다음 주 연차 신청, 내가 맡았던 업무를 뒤이어 맡을 마케팅 팀원 충원에 필요한 채용사이트 유료 결재를 위한 기안 올리기 등을 처리하고 퇴근을 했다. 유독,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 퇴사 D-8

오늘은 파주에 있는 인쇄소에서 잡지를 인쇄하는 날이다. 인쇄 감리는 포토팀 팀장과 함께 가는데 오늘은 광고영업팀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된 신입사원도 함께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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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에 건대입구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또 늑장을 부리다가 10분가량 지각을 했다. 9시 10분, 신입사원과 포토 팀장이 타고 있는 차에 무사히 도착했다. 포토 팀장은 우리를 위해 커피를 샀는데, 오는 길에 커피가 보조석으로 떨어져 그걸 집다가 앞차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는 회사차 렌트 업체에 전화해 보험 처리를 했다. 1시간여 만에 파주 인쇄소에 도착했다. 이번 달 잡지는 다행히 중요한 컬러가 들어간 사진이 많지 않아 감리 보는 게 늦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인쇄 감리 보는 날은 인쇄소 직원인 차장님이 맛집에 데려가서 맛있는 점심을 사 주시는데 오늘은 특별히 능이버섯 오리백숙으로 몸보신을 시켜주셨다. 신입사원은 몹시 기뻐하며 "한 달에 한번 이 날을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차장님께는 이달에 퇴사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며 신입사원이 모르는 게 많을 수 있으니 잘 알려 달라고 부탁하면서 인사를 드렸다. 이른 퇴근으로 그나마 오늘은 즐겁게 마무리했다.


# 퇴사 D-7

인쇄 감리 후에 회사 차를 가지고 온 죄(?)로 차로 출근해야 돼서 평소보다 아침 일찍 움직였다. 출근길 운전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히지는 않았다. 지하철로 1시간 걸리 거리를 1시간 30분간 달려 9시 이전 회사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차에 있던 노트북과 인쇄한 종이를 가지고 사무실로 올라가 컴퓨터를 켜고 출근 도장을 찍은 후에 이메일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인터넷 기사를 기웃거리다 보니 출근시간인 9시가 넘었고, 아침 조회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둥글게 모였고 여느 때처럼 아침 조회를 했다. 특별한 전달사항은 없었고, 편집장님이 오늘 저녁에 회식할 수 있냐고 모두에게 일정을 물어봤다. 마침 신입사원 집에 제사를 해 내일로 회식이 미뤄졌다. 퇴사 3일 전이 되니 컴퓨터에 앉아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무슨 일도 하기 싫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오전에는 신입사원에게 인쇄 감리 후에 해야 할 일들을 인수인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퇴사 서류인 사직서와 인수인계 서류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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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이제 퇴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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