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닌 지 3년 그리고 세 달째… 퇴사를 앞두고 마지막 회식을 했다.
저녁 6시 5분. 하나둘 컴퓨터를 끄고 부스럭 부스럭 근무용 슬리퍼를 벗어 놓고 운동화를 갈아 신고 퇴근 준비를 한다. 평소 같으면 야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은 회식이라 동시에 나갈 예정이다. 원래 가기로 했던 곳은 본사 직원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 괜히 마주칠까 봐 회사에서 가까운 프랜차이즈 치킨 집에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단체석에 자리를 잡고 가장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안쪽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편집장님, 나, 차장님, 그리고 막내 직원과 기자, 영상팀 PD와 신입사원과 팀장까지 모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우리 테이블은 연애 이야기로 하하호호 이야기꽃이 펴져 대화가 끊이질 않았고, 옆 테이블도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 시간 정도 지나자 서로 이야기할 거리도 떨어지고,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한다. 다들 집에 갈 준비로 엉덩이를 들썩인다. 6시에 시작한 회식은 9시쯤 끝났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집 방향이 비슷한 분들과 지하철을 타고 같이 갔겠지만 오늘은 돌아가더라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혼자라서 편하다.
직장인의 대출
어쩌다 보니 퇴사 시점과 집 계약 시점이 비슷하게 맞물려 버렸다. 퇴사하고 한 달 후 집 계약 기간이 끝날 예정인데 더 이상 회사 소속이 아닌 상황일터인데 대출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재직 증명서와 4대 보험 납입 증명만 되면 연봉에 대비해 대출이 잘 나오는 편이었는데 이제 반백수가 되면 대출이 나올지, 나온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
안정적인 월급
월급날 들어오는 월급은 그저 스칠 뿐… 가지고 있을 틈도 없이 어느새 다 빠져나가 버리고 만다. 그래도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 크긴 했는데, 3년간 일해서 나오는 퇴직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3개월. 3개월간 무슨 수가 있어도 월급 가까이 되는 돈을 만들어야 할 텐데 할 수 있을까? 출퇴근의 강제성 없이 직장인처럼 일을 해내는 의지를 내고 그것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인처럼 부지런히 일하고 자영업자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그나마 먹고사는 거라도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사이에서
계속 마음이 오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퇴사하겠다’는 마음을 되돌릴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