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을 시작하고 초등, 중등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나를, 내 인생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처음 영어공부방을 오픈하고 운영해 보기로 했을 때 전 과목 선생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영어라는 게 시간이 지나야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보이는 거고 엄마들은 1년 이상 꾸준히 지켜봐야 소개도 해주고 할 거예요."
처음 수업을 하러 가서 아이들에게 기존에 배우고 읽던 책을 읽혔다. 잙읽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잘 못 읽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책 한 권이 거의 다 끝나가는데 이대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 끝냈을 때 자신 있게 읽고, 무슨 내용인지는 정확하게 알도록 하자'
수학 과외를 할 때도 느낀 거지만,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아주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면 '각자가 아는 것만큼' 보이게 된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점점 재미있어지고, 또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오기 전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친 선생님은 원어민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모르는 건 영어로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영어가 아닌 한글로 쉽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계속 영어 진도는 나가지만 아이들은 모르는 상태로 진도만 나가게 되는 것이다.
영어 공부방에서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읽을 줄 아는 아이들에게는 원어민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 듣고 최대한 그대로 따라 읽을 수 있게 하는 거였다.
"영어를 따라 읽을 때는 '성대모사' 하듯이 따라 읽어봐."
모든 아이들에게 '성대모사' 하듯이 해 보라고 했다. 아무리 읽어도 자기가 아는 대로 발음하고 읽던 아이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다. 연결되는 영어를 이해하게 되고 원어민 소리에 가깝게 책을 읽게 되었다.
어떤 아이는 영어 원서 4권이 포함된 한 달짜리 교재를 끝내는데 한 달이 걸렸고, 어떤 아이는 한 달 반, 그리고 또 어떤 아이는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각자의 실력에 따라 시간이 달랐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더디게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 입장에서 기다려 주는 수밖에.
한 달 과정이 끝나면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있는 책을 비닐에 포장해서 부모님에게 보내드렸다. 영어 원서 4권을 부모님에게 읽어 드리고 사인을 받아올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사인을 다 받아온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만든 칭찬카드에 도장을 하나 찍어 주었다. 처음 책을 보냈을 때 어머니가 내게 문자를 보내주셨다.
"선생님, 아이들이 영어를 이렇게 잘 하는 줄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매일 공부방에 와서 50분씩 공부를 한다. 이미 영어 기초를 끝낸 아이들이라 그런지 영어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늘었다.
"선생님, 우리 영어 쓸 일도 없는데 영어 꼭 이렇게 공부해야 돼요?"
라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꼰대 같은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다.
"영어를 할 줄 알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노트에 단어를, 문장을 쓰라고 하면 '힘들다'며 칭얼대지만 항상 끝까지 해 내는 아이들을 본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이 나름 각자의 인생에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디며 차곡차곡 쌓이는 영어 실력도 보게 된다.
아이들을 보며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처럼 견디고 인내하며 쌓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아이들과 같이 인고의 시간을 잘 견디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