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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풀이 쑥쑥 자란다

by 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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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주도에 살 집을 찾으러 왔을 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자마자 '이 집이야!'라고 생각했다. 예쁘게 정돈된 정원과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제주도의 상징인 현무암 돌담으로 집이 둘러져 있었다. 무엇보다 옆집과 따닥따닥 붙어있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며 동네에 집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정말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이 집을 보자마자 우리는 너무 마음에 들어 당장 계약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주도 다른 곳에 집을 계약한 상황이었고, 그 집 계약이 취소되고 정리가 되어야 새로운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어렵게 다른 사람이 들어와 계약을 했고, 우리는 첫눈에 반해 버린 이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이사 온 지 11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자 마당 곳곳에 잡초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뽑지 않고 방치한 채 있는 걸 본 근처에 사는 집주인 이모는 결국 잡초를 죽이는 약을 쳐 주러 오셨다. 반나절 정도 정원의 절반 정도 치고는 돌아가셨다. 하지만 다음 날 힘들어서 앓아누우셨다고 한다. 그런 뒤에는 잡초가 무성해져도 다시 오지 않으셨다. (젊은 우리가 뽑아야 하는데...)


이모가 약을 쳐 주고 가신 뒤에 우리 집 현관과 이어져 있는 창문 앞 정원의 풀을 한 번 뽑았다. 자잘하게 자라고 있던 풀들을 싹 뽑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잡초를 뽑고 다시 몇 달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그 사이 비, 바람을 많이 접한 잡초들은 거의 우리 키만큼 자라고 있다. 비가 오고 나면 풀 뽑기가 쉬우니까 좀 기다려보자고 한 것이 몇 달이 지나가 버렸다.


어젯밤에는 오래간만에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오늘은 꼭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좀 뽑아야겠다. 지저분하게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책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하듯이 우리 집 마당에 무성한 잡초와 풀들도 싹 뽑고 정리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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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짝꿍과 함께 풀을 뽑았다. 밤새 비가 많이 온 뒤라 뿌리가 큰 녀석들도 쑥쑥 뽑혔다. 정원의 절반 정도 정리한 것 같다. 비가 멈추고 해가 쨍하게 나기 시작하자 더워져서 풀 뽑기를 멈췄다. 나머지 절반은 다음 비 온 날을 기약하면서.. 그래도 우후죽순 자리 잡은 잡초들을 뽑고 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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