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을 만난 지 10년이 되었다. 명상을 시작하고, 매일 새벽 명상, 토요일엔 법회, 일요일에는 지방 절에 다니면서 휴가라곤 연휴 때 각자의 집으로 가서 부모님과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연휴의 마지막에는 꼭 절에 가서 명상 수련을 했다.
작년 9월 제주도로 오면서 기존에 하던 활동들은 모두 잠정 중단되었다. 처음 몇 개월간 짝꿍은 매주 금요일 밤에 서울에 가서 토요일 오전에 있는 법회와 명상 수련에 참석했지만, 그것마저 지난달부터 잠시 멈춘 상태다.
그리고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공부방의 3일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우리 두 사람에게도 방학을 주기로 했다. 이번 방학의 테마는 '정체성 찾기와 완전한 휴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Work&Vacation 워케이션의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다.
방학이 오기 전 주에 최대한 많은 일들을 해놓기 위해 새벽까지 일을 하며 애를 쓴 짝꿍. 지난주에 우리는 방학 때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쉬고 싶은지 정해 보았다. 제주 도민들이 즐겨 찾는 호텔 뷔페, 그리스 음식점 등 다양한 먹거리를 찾았고, 수영장과 온천 등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어제 첫날은 오전에 집에서 일을 끝내놓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한 시간 거리의 제주시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일을 처리하고 근처에 있는 호텔 뷔페 런치에 갔다. 1인당 가격은 도민 할인을 받아도 꽤 큰 금액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해외여행 가는 대신 맛있는 걸 먹기로 했으니, 망설이지 않고 직행했다.
평소라면 볶음밥, 죽 등 탄수화물부터 먹는 나인데 이번만큼은 최대한 여러 접시 최소 세 접시 이상 먹는 것에 도전해 보기로 해서 배가 덜 부른 것들부터 먹기 시작했다. 세 번째 접시에서 한치물회, 죽 등을 담았다. 결국 디저트를 담은 네 번째 접시까지 먹고 나서 배가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나오면서 짝꿍과 얘기했다.
"우리는 다음부터 양은 적어도 절대적으로 맛이 있는 코스 요리를 먹자. 뷔페는 배가 너무 불러."
그리고 협재 해수욕장 쪽에 새로 오픈한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카페로 향했다. 가면 뭘 시켜 먹어야 하니 근처 한림공원을 한 바퀴 돌며 소화를 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 들어서자마자 주차할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무엇보다 외부를 걷기에는 너무나 뜨겁고 더운 날씨였다. 결국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수영장 카페 근처까지 갔고, 다행히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세웠다.
그리고 카페와 수영장 내부 분위기를 보러 들어갔다. 금능 해수욕장 해안도로에 위치한 카페 수영장은 이미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온 가족들로 꽉 차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 50분경. 오후 5시부터 수영장이 노키즈존으로 운영됐다. 썬베드나 넓은 좌석은 사용 시 주문해야 하는 최소금액이 있었다. 이미 너무 많이 먹고 왔기 때문에 우리 둘은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주문 금액과 상관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노는 시간에는 수영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5시까지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셨다. 짝꿍은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소품들을 다각도로 촬영했다. 촬영하다 보니 바닷가가 보이는 자리에 이르렀다.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다. 곧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되자 15세 미만 아이들은 수영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어느새 돌아보니 아이들로 바글거리던 수영장이 텅 비어져 있었다. 바닷가에 가서 놀까 했던 우리는 카페에 도착한 지 1시간 30분가량이 지난 그제야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짝꿍은 병 모양의 튜브에 누워 물 위를 두둥실 떠다녔고, 나는 작은 튜브 하나를 끼고 멍 때렸다.
그렇게 물 위에서 두둥실 유영하던 우리는 음료와 음식을 하나씩 더 주문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배를 좀 채운 뒤에 다시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을 못 하는 짝꿍에게 개구리 영법을 가르쳐줬다. 온몸의 힘을 잘 빼지 못해 무거운 나무도막처럼 가라앉기만 하던 사람이 물속에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잘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본인도 신기했는지,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개구리헤엄을 계속 연습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 놀고 나니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면서 예쁜 노을이 생기고 있었다. 우리도 수영장에서 나와 노을을 감상했다. 그리고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집으로 돌아온 채비를 했다.
이번 휴가 때 숙소에 돈은 쓰지 않기로 해서, 1시간 30분가량 걸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번째 휴가인 오늘. 아침 일찍 2 주마자 진행하고 있는 컨설팅 미팅을 마치고, 공부방 정기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서귀포시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40분가량 팀 회의를 하고, 다시 짝꿍과 만났다.
지난번 회사 사람들과 함께 갔던 낙지볶음 집이 생각나 그곳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벙커하우스란 카페에 와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짝꿍은 옆에서 책을 읽는 중이다.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