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캬닥이 Feb 11. 2020

판타지 속 혐오가 세상을 바꾼다면

N.K. 제미신 『다섯 번째 계절』 스포 없이 영업하기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부서진 대지 3부작의 저자 N.K. 제미신이 했을 고민이다. 『다섯 번째 계절』은 그 고민의 답이다. 『다섯 번째 계절』은 재미있다. 페이지를 넘기며 세계관에 익숙해지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다섯 번째 계절』의 재미는 공짜가 아니다. 세계는 끊임없이 독자를 쏘아붙인다. 





작가의 물음은 하나다. ‘세상의 혐오를 어떻게 생각해?’





 다섯 번째 계절』은 소수자의 이야기다. "다른 이에게는 당연한 존중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하는 모든 자에게 바치는" 소설이다. 『다섯 번째 계절』 속 소수자는 공동체의 목숨은 물론 세계의 존폐마저 위협한다. 커다란 설정에 비해 주인공이 겪는 일은 개인적이다. 독자는 소수자인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며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는 것이 온당한지 묻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해’가 대답이라면, 눈을 돌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볼 때이다.


난민이 자국민을 위협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이들도 있다. 피해를 느끼는 감수성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 다. 그러나 그 사실이 난민을 혐오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난민’ 대신 ‘트랜스젠더’를, ‘자국민’에 ‘여성’을 넣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체성을 놓고 말하든 결론은 같다. 우리는 정체성을 근거로 다른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 된다.


  소설은 어떤 논픽션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소수자의 삶을 살아보는 일이다. 작가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정체성을 창안한 덕에 독자는 선입견 없이 소수자가 받는 혐오와 상실감을 체험한다. 이야기에 이입할수록 현실에서 지녔던 혐오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소설은 어떤 논픽션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소수자의 삶을 살아보는 일이다. 작가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정체성을 창안한 덕에 독자는 선입견 없이 소수자가 받는 혐오와 상실감을 체험한다. 이야기에 이입할수록 현실에서 지녔던 혐오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N.K. 제미신은 『다섯 번째 계절』로 2016년 휴고 상(SF와 판타지 소설에 내리는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 받을 상이었다. 우파 활동가들이 흑인 여성 작가의 수상을 막은 것이다. 이듬해가 되어서야 상은 주인을 찾았다. 2017년 수상작은? 속편인 『오벨리스크의 문』이었다. 2018년에는 이야기의 대단원인 『The Stone Sky(가제: 돌빛 하늘) 』이 받았다. 시리즈가 3년 연속 상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제미신의 이야기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




처음으로 흑인이 주인공인 팬아트를 그려보았다. 에쑨의 가족. 딸 나쑨과 아들 우체


매거진의 이전글 『종의 기원』, 과학적 논증의 기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