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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Apr 08. 2020

인류 앞의 가능성, 『코스모스:가능한 세계들』

『코스모스:가능한 세계들』 서평

코스모스를 읽었다.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아니고 드루얀의 코스모스이다. 컬러 사진이 많아졌다. 과장 없이 매 페이지마다 사진 자료가 있다. 글 바로 옆에 사진이 있으니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선명하게 보인다. 


검게 보이는 페이지 전부 고해상도 사진이다. 흰 페이지라고 글만 있는 게 아니다. 유튜브 시대를 책이 따라잡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코스모스:가능한 세계들』은 천문학 책이 아니다. 과학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화를 엄선해서 풀어놓은 이야기 책이다. 마리 퀴리부터 러시아의 육종학자 바빌로프, 꿀벌과 (내 취향에는 촌스러운) 2039년 뉴욕의 만국박람회까지 있다. 별과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는 적은 편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문학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더 좋아할 이야기다. 손에 닿지 않는 과학의 경이가 천문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은 사람에 주목한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비추는 점이야말로 여타 과학서보다 돋보이는 부분이다. 지금은 당연한 줄 아는 과학·기술 개념 모두 고민과 발상에서 나왔다. 패러다임이든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이든 과학 발전을 설명하는 이론은 많다. 하지만 모든 과학은 사람의 머리와 손에서 나왔다. 현실 속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든, 산책을 하다 불현듯 생각이 났든 말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세계사 이곳저곳의 사건도 많이 나온다. 역사를 넘어 신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온갖 이야기를 한 책에 모은 이유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살고 있다. 세계를 파괴할 힘을 지닌 인류가 몸성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낙관적이다. 인류는 부끄러운 사춘기를 지나온 성인처럼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리라 기대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메타 연구를 들은 적이 있다. 코스모스에는 없는 이야기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 연구가 실제 상황과 얼마나 맞는지 비교했더니, 과거에 만든 모델이 현재 실제 수치와 거의 맞아떨어졌다.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연구였다. 예측이 어긋나는 지점이 있었다. 오존층 파괴에 의한 요인이었다. 인류는 더 이상 프레온 가스를 쓰지 않는다. 사람들의 노력으로 미래의 예언이 엇나갔다. 


관련 논문을 정확히 찾지는 못했지만, 30년 전 모델링이 현재를 예측하는 자료는 찾을 수 있었다.


인류가 오존층을 지켜냈듯 기후 변화나 환경 파괴 문제도 사람들이 모이면 바뀔 수 있다. 다행히 자연은 회복력이 강하다. 코로나 19 사태에 불행하고 황당한 소식 안에서도 이따금 자연이 살아나는 희소식이 들린다. 베니스의 물이 맑아지고 거북이가 해안을 찾아왔다는 해외 토픽들이다. 미담에서 끝나는 대신 살아남은 이들의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 19 이후의 지구가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처럼 나아진다면 앤 드루얀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비슷한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면 칼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 된다. 이전에 세이건과 드루얀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읽었다(https://brunch.co.kr/@playkids55/44). 과거의 이야기라 한물 갔으리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삼국지는 약 2000년 전에 일어난 이야기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즐겨읽는다. 역사책을 읽듯 과학책을 읽어도 얻는 바는 비슷하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타이틀 출처 : https://www.imdb.com/title/tt11170862/

그래프 출처: https://www.carbonbrief.org/analysis-how-well-have-climate-models-projected-global-war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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