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적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찾습니다.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부서진 대지>, <기생충>의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가 인물을 압도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만화로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장편 소설에는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부작이 있겠습니다. 이런 세계관에서는 시스템이 인물의 행동을 강제합니다. 예컨대 <마마마>에서 아이들은 소울잼이 된 영혼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마녀와 싸워야 합니다. <부서진 대지>에는 대지를 제어할 수 있는 ‘오로진’이 나옵니다. 갓난아기 오로진조차 보통 사람들보다 강하지만 오로진의 능력은 고요 대륙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끔찍한 굴레일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캐릭터가 세계를 극복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길 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마마마> 본편에서 마도카는 자신을 희생해 세계의 모순을 해결합니다. <부서진 대지>의 결말도 비슷합니다. 세상을 이기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개인이 세상과 싸워 이기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세계를 바꾸겠다는 몸부림은 우리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줍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따금 세계를 극복하는 개인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소설보다 더한 실화’라며 다큐멘터리에 나오죠. ‘소설보다 더한 실화’는 소설이 될 수 없습니다. 현실을 사는 독자의 개연성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독자, 우리들 스스로는 세계를 이겨내지 못하거든요. 현실에서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은 <기생충> 까지입니다. 기우가 박 사장의 저택을 사들여 아버지 기택을 구해낸다고요? 말도 안 돼죠. 상상으로 끝나야 합니다. 그렇기에 세계를 이겨내는 이야기는 현실과 다른 세계에서 일어납니다. 현실과는 다른 세상이 캐릭터를 압도하는 모습을 거리를 두고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가 독자에게 불난 집 지켜보는 재미만 주는 건 아닙니다. 세계와 대적하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과 사회의 문제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현실에 순응하는 힘없는 개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집니다. 혹시 모르죠. 이런 깨달음이 모여 우리도 언젠가 세상을 상대로 ‘개연성 없는’ 극복을 해낼지도요.
떠오른 생각을 짧게 옮겼지만,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를 아신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 표지 출처: Ultimate Madoka in Magia Record - Puella Magi Wiki (puella-mag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