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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Feb 06. 2021

세상에 칼 겨누기

세상에 대적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찾습니다.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부서진 대지>, <기생충>의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가 인물을 압도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만화로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장편 소설에는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부작이 있겠습니다. 이런 세계관에서는 시스템이 인물의 행동을 강제합니다. 예컨대 <마마마>에서 아이들은 소울잼이 된 영혼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마녀와 싸워야 합니다. <부서진 대지>에는 대지를 제어할 수 있는 ‘오로진’이 나옵니다. 갓난아기 오로진조차 보통 사람들보다 강하지만 오로진의 능력은 고요 대륙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끔찍한 굴레일 뿐입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카나메 마도카가 '가나메 마도카'로 나온다면서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캐릭터가 세계를 극복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길 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마마마> 본편에서 마도카는 자신을 희생해 세계의 모순을 해결합니다. <부서진 대지>의 결말도 비슷합니다. 세상을 이기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개인이 세상과 싸워 이기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세계를 바꾸겠다는 몸부림은 우리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줍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따금 세계를 극복하는 개인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소설보다 더한 실화’라며 다큐멘터리에 나오죠. ‘소설보다 더한 실화’는 소설이 될 수 없습니다. 현실을 사는 독자의 개연성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독자, 우리들 스스로는 세계를 이겨내지 못하거든요. 현실에서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은 <기생충> 까지입니다. 기우가 박 사장의 저택을 사들여 아버지 기택을 구해낸다고요? 말도 안 돼죠. 상상으로 끝나야 합니다. 그렇기에 세계를 이겨내는 이야기는 현실과 다른 세계에서 일어납니다. 현실과는 다른 세상이 캐릭터를 압도하는 모습을 거리를 두고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가 독자에게 불난 집 지켜보는 재미만 주는 건 아닙니다. 세계와 대적하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과 사회의 문제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현실에 순응하는 힘없는 개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집니다. 혹시 모르죠. 이런 깨달음이 모여 우리도 언젠가 세상을 상대로 ‘개연성 없는’ 극복을 해낼지도요.



떠오른 생각을 짧게 옮겼지만,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를 아신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 표지 출처: Ultimate Madoka in Magia Record - Puella Magi Wiki (puella-mag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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