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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아 Oct 13. 2024

논길 바캉스

누구나 예술가로 태어난다.

오늘은 논길로 바캉스를 두런두런 떠나볼까. 무더운 한때가 가고 선선한 온도에 긴팔 옷을 입을 때쯤이면 논은 황금들녘을 이룬다. 그런 가운데 아기자기 색동옷 입은 허수아비를 발견했다.

어찌나 귀여운지. 우리는 어쩜 타고난 예술가가 아닐까. 이것도 하나의 설치미술. 어떤 이가 만드는지에 따라 허수아비의 표정도 다양하다. 귀여운 허수아비를 보노라니 나도 하나쯤 만들어서 세워놓고 싶어 진다.

나는 벼가 수확되는 시간이 오기 전에 논길 바캉스를 틈날 때마다 부지런히 떠난다. 이 시간이 오면 이 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 매번 같은 풍경이었다면 아마도 이 귀함을 몰랐겠지. 아마도 떠나는 이 시간을 소중히 하라고 계절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수확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이 인생에 온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수확할까. 아마도 그 사람만의 개성이 묻어난 인성일 것이다. 인성이란 어떻게 추수하는 것일까. 사람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각자만의 경험적 프로세스로 반응을 한다. 아무래도 그 과정에는 필시 그 사람의 봄과 여름이 스며있을 것이다. 봄에는 무언갈 심는다. 봄에는 어떤 것들을 익히며 그 심지를 바탕으로 하여 열심히 여름을 살아낸 뒤 결국 자기만의 숭고함을 가을에서야 갖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다움을 선물 받는 게 아닐까. 이 인생으로부터. 그게 꼭 나만의 작품은 아닐 것도 같다. 많은 사람들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선택한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자기다움이 이끄는 곳으로 그 이끌림은 어디에서 난 것일까. 그것이 가장 신비하다.

자기만의 개성이 무르익고 난 자태는 너무나 황홀하다. 가만히 자리하며 유혹하는 달콤한 열매처럼 우리는 그렇게 그윽해질 것이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나는 우선 오늘은 이렇게 정해보겠다. 색색깔 뽐내며 서있는 다양한 허수아비를 만든 이들처럼 다채롭게 살아가리라고. 오늘도 나는 그렇게 쉬어본다. 내 안에서 편안하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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