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호로록 읽어버린 책. 인도 동행 여행자의 첫 출판
방멘은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2일까지 '카페 허쉬드'라는 갤러리 카페에서 전시를 했었다.
퇴사하고 네 달 동안 떠난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그곳에서 써 내려간 글 들로 <출근 대신, 여행>이라는 근사한 책을 냈다.
사실 그가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많이 걱정했으나
결과물을 받아보고 나니 '역시 방 BM은 방 BM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영부영 명절이 지나고 호된 감기가 찾아왔다.
정확히는 인두염이라는데 목이 다 붓고 머리가 어지럽고 콧물이 줄줄났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받은 약은 심장이 뛰고 잠이 잘 수가 없었다.
겨우 새로 처방받은 약을 먹고야 잠들 수 있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컨디션에 감사하며
어제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 둔 <자존감 수업> 대신에 <출근 대신, 여행>을 집어 넣는다.
하루 쯤은 번쩍거리며 눈을 괴롭히는 스마트 폰 대신에
출근 길에 책 한 권을 읽는 낭만을 가져보면 어떨까?
실제로도 스마트 폰 대신에 한 손에 쥐기에 알맞은 사이즈로 잘 뽑았다.
비좁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기 딱 좋았다.
<출근 대신, 여행>은 방멘이 여는 글에서 하던 얘기와 일맥상통하게도
아름다운 여행지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미사여구나 사진,
여행 꿀팁이 담겨있는 대단한 책은 아니었다.
그가 제목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본인이' 출근 대신 여행을 택했다 - 겠지만
'독자'로서 느낀 바는
내가 비록 지금 출근은 하고 있지만
출근 대신 여행지에 있는 것 같다- 였다.
대단히 감성적이어서 취향을 타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지의 환상을 심어주는 책도 아니었다.
다만,
물결처럼 잔잔하게
일상적인 나의 출근길을 여행길로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뭐가 안되냐', '가뜩이나 얇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나는 주저앉을 뻔했다.'
책 속에서 이따금씩 나타나는 그의 매력은
퍽퍽한 출근 길 지옥철 모퉁이에 서있는 나를 빵터지게 했다.
마치 엄청난 절제를 하며 책을 쓰다가도
그의 본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문구 말이다.
특히 여행지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해 놓은 페이지가 좋았다.
이런데서 방비엠의 디테일이 나온달까..?
비록 그것들이 모모백과에서 가져온 이야기라 할지라도
낯선 여행지 이름과 그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것과
모르고 그냥 지나치게 하지 않는 것, 별도로 검색해보게 하지 않는 것은
작은 요소지만 그가 아니라면 생각해내기 어려운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그의 책에 내 이름이 두어번 등장하는 것,
그가 써내려 간 이야기들이 생전 처음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었던 그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것,
시시때때로 서로 다른 곳을 여행할지라도
같은 시간에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위로와 응원이 됐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자리의 배경 화면은 몇 개월 째 훈데르의 쌍봉낙타와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저 뒤에 마치 이 광경이 재미있다는 듯
치아를 환히 보이며 웃는 지미와
왼쪽 구석에 한쪽 팔과 다리만 걸친 민정언니까지.
그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오늘 아침, 방멘의 책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