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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파이 May 15. 2024

현관이 깨끗해야 복이 들어온다

오늘도 현관만 깨끗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신혼집을 열심히 치우고 쓸고 닦고 했다. 보고 배운 게 무섭다고, 친정집에서는 엄마가 항상 재활용 쓰레기를 현관에 두셨는데, 그래서 나도 재활용 쓰레기를 현관에 두는 건 줄 알았다. 어느 날, 시댁 식구들을 초대해 신혼집 집들이를 했는데, 시어머니께서 현관에 둔 재활용 쓰레기를 보시고는 한 말씀하셨다.

"현관은 항상 깨끗하게 둬야 하는 거야. 쓰레기는 현관에 두지 말거라. 현관이 깨끗해야 복이 들어오지."

속으로 '쳇, 우리 엄만 항상 쓰레기를 현관에 둬도 복이 많이도 들어오던데, 왜 오자마자 잔소리부터 하시는 걸까.' 하는 불만부터 생겼다. 하지만 그 말이 영 신경이 쓰여 그날부터 현관 정리를 하게 되었다. 복이 들어온다는데 굳이 현관에 쓰레기를 둘 필요가 없지 않나. 재활용 쓰레기는 그 다음부터 베란다에 자리를 잡았고, 현관은 텅텅 비워두었다. 오고갈 때 깨끗해진 현관을 보고 있으면 개운한 기분은 덤이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지만, 왠지 좋은 기운이 흐르는 것만 같다.


어릴 때부터 엄마 잔소리에 알러지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나만 보면 기다렸다는 듯 이것저것 말씀해 주시는 시어머니 말씀이 처음엔 거슬렸다. 내가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 왜 날 그렇게 못 믿어서 잔소리를 하시나 싶었다. 그런데 어느날, 잔소리라는 프레임을 빼고, 그 내용만 찬찬히 들어봤더니 대부분 도움이 되는 말씀이었다. 시어머니는 살림도 정리도 깔끔하게 잘하시는 분이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사실 잔소리라는 게 그렇지 않나. 말하는 입장에서는 애정을 듬뿍 담아 발전을 위해 충고하는 건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 의도와 내용을 빼고 그저 잔소리로 받아들이니 의미가 변질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말투와 간섭한다는 느낌 때문에 내용을 들어보기도 전에 귀에서 차단막이 생기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나 시어머니의 말씀에서 잔소리 프레임을 거둬내려 노력하고 있다. 어차피 내가 아닌 남들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두분의 잔소리 모드가 시작되면, 내 귀는 필터모드의 on스위치를 켠다. 내 귀에 필터는 거슬리는 말투와 불편한 느낌을 나름 잘 걸러준다. 심플하게 내용에만 집중해 내게 필요한 조언들을 쏙쏙 골라 들으니, 요즘엔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오늘도 열심히 현관을 치운다. 문제는 현관만 치우고 나면 뿌듯한 마음에 집안일을 다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복아, 이제 넝쿨째 굴러들어와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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