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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파이 May 16. 2024

나의 봄은 하늘색 셔츠와 함께 온다

곧 있으면 여름이지 뭐야

언젠가부터 봄이 짧아졌다. 긴 겨울과 긴 여름 사이에 낑겨 있는 지나가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봄이 이런 취급을 받을 만한 사소한 계절이 아닌데. 계절 중 늦봄과 초여름을 제일 좋아한다. 초봄은 냉기를 품고있는 것에 비해, 늦봄은 온화하다. 초여름은 조금 덥지만 신선한 저녁 바람이 하루를 보상해준다. 야외에서 맥주 한잔하기 딱 좋은 날씨를 선사한다. 그리고 나서 오는 여름은 덥고 덥고 또 덥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그 짧은 순간이다. 봄과 여름의 벤다이어그램이 겹치는 그곳. 취향은 구역을 나눌수록 좀 더 세분화되며 확실해진다.


나의 봄은 하늘색 셔츠와 함께 온다. 겨우내 입었던 니트와 두꺼운 옷들을 드디어 벗어던지고, 얇은 셔츠 하나 툭 걸칠 수 있는 그 정도의 날씨부터 내가 좋아하는 봄이다. 셔츠를 입을 수 없는 봄은 봄이 아니라고 하면 극단적인가? 나는 셔츠가 잘 어울리는 체형이다. 셔츠의 이지적인 느낌을 좋아한다. 사실은 티셔츠나 맨투맨류에 훨씬 손이 가지만, 나에게 덜 어울린다. 어릴 적엔 어깨가 둥글둥글한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내 체형을 인정하고 점점 더 내게 어울리는 옷을 찾게 된다. 셔츠는 사계절 코디가 가능하다. 더운 여름엔 에어컨 아래의 바람막이로, 추운 겨울엔 폴라 밖 아이템으로 신경쓴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여름, 겨울에는 왠일인지 손이 잘 안간다. 나에겐 그저 봄, 가을 아이템인 셈.


너무 예쁜 사계절 하늘색 셔츠 코디 <출처 : 핀터레스트>


하늘색은 의외로 웜톤인 나에게도 잘 받는다. 그리고 다른 옷들과의 매칭이 쉽다. 흰색, 베이지, 네이비, 그레이, 은색, 검정색 등등. 이정도면 대부분의 메인컬러와 어울린다고 할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은 하늘색 셔츠와 베이지 몇방울 섞인 아이보리 팬츠. 셔츠는 단추 두개 정도 풀어서 아주 살짝 뒤로 당겨 입으면 자연스럽다. 팔은 무슨 옷을 입든 두세번씩 걷는 편인데, 걷은 팔 위에 팔찌나 시계를 착용한다. 바지는 하체를 가려 늘씬해보이도록 살짝 통이 있는 걸로, 벨트와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거기에 운동화를 착 신으면 내가 좋아하는 룩의 완성이다. 날씨가 조금 추우면 그 위에 가디건을 툭 걸친다.


날씨가 오락가락한 요즘이다. 안그래도 짧은 봄이 더 짧아질까 애타는 마음이 든다. 곧 있으면 여름이 올 때가 되었는데, 아침 저녁으론 공기 중에 냉기가 남아있다. 오지도 않고 휙 지나가 버리려는 봄의 뒷모습을 쫓으며 언제까지가 내 사랑 하늘색 셔츠의 마지노선인가를 계산해보게 된다. 온기 가득한 봄, 조금만 더 머물렀다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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