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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파이 May 27. 2024

튀르키예 가서 머리 심기로 약속한 부부

김태리처럼 풍성해지고 싶어서

나는 원래 머리숱이 많은 편이었다. 어릴 때 머리감고 나서 머리카락 안치운다고 엄마한테 그렇게 혼이 났었다. 머리를 묶으면 손으로 머리가 다 안잡힐 만큼이었다. 머리를 감으면 많이 빠지긴 했지만 빠진 만큼 머리가 다시 자라났다. 어느 가르마에서든 항상 잔디머리가 자라나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해도 머리숱만큼은 그대로였다. 남편도 머리숱이 많은 편이었다. 어디 빈 데 하나없이 빼곡하던 두피였다. 머리숱이 많은 우리 둘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니 아이도 머리숱 부자여서 머리가 위로 솟아날 지경이었다. 그랬던 우리였다. 우리에게 머리숱에 대한 자부심은 없었어도 소중히 여길 줄은 알았어야 했는데. 우리의 죄는 이 많은 머리숱을 단 한번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죄. 빽빽함이 영원할 줄만 알았다.


성격이 급해 머리를 감고 빡빡 잘 헹궈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다. 샴푸도 대충쓰고 트리트먼트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두피 상태가 약간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도 크게 관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다 지나가는 걸로 생각했다. 지금껏 그래왔으니까. 어느 순간 머리가 막 빠지기 시작했을 때도 동물들 털갈이하는 것처럼 가볍게 여겼다. 빠졌다가 다시 난 게 뭐 한두번인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작년 부터였다. 머리가 숭덩숭덩 빠지는데 비해, 새모이만큼 난다는 걸 처음으로 느끼고 이게 뭔가 싶었다. 어느날, 서로의 휑한 머리통을 마주하고 느낀 충격이란. 이것은 서랍에 있던 결혼반지가 그 자리에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만큼의 충격이었다. 아니아니 이럴수가, 나와 남편이 이렇게 자란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니.


대머리 아저씨들만 있는 거 아니에요. 저도 있어요


탈모영양제를 먹고는 있지만, 빠지는 속도가 워낙에 빨라 감당이 안된다. 처방약을 먹어보기는 할거지만, 이미 진행된 부분에는 부분적으로라도 모발이식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입술끝에 열매 맺는다고 했던가. 작년부터 터키가 싸다고 머리 심으러 터키가자고 남편이 그렇게 장난처럼 얘기했는데, 정말 비행기표부터 알아봐야 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내년 이스탄불에는 심은 머리를 모자로 감추며 아야소피아를 구경하는 풍성해진 한국인 대머리 아저씨들 사이에, 한쌍의 한국인 중년 부부가 있을지도 모른다. 총 3회의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하니, 시술하고 여행하고 또 시술하고 여행하고 또 시술하고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들어는 봤나, 탈모여행. 내년에 우리는 헤어나올 수 없을만큼의 머리숱을 장착하고 돌아올 것이다. 기대하시라!


그리고 꼭 기억해야할 한 가지. (뭐)든 영원한 건 없다, 있을 때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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