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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서 Aug 04. 2018

인연과 연인 사이(1)

[지나가는 이야기]#12-1

  농구 골대 옆 마루에 앉았다. 미리 동생에게 말을 해두고 멍하니 지나가는 학생들을 구경했다. 저번 학기 내 앞자리에 앉았던 여학생이 눈에 잡혔다. 2인 1조인 수업이었는데 지금 지나가는 저 여학생이 중간고사가 끝나고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아 혼자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학교는 잘 다니나 보네. 따라가는 시선 언저리에서 반갑게 뛰어오는 동생이 보였다.

  “형. 아 진짜 오랜만이야. 늦어서 미안해. 수업이 좀 늦게 끝나서.”

  “아냐. 괜찮아. 수업 늦게 끝난 거야 어쩔 수 없지. 좀 늦는다고 뭐 내가 화내거나 그럴 사람 아니잖아.”

  “그렇지. 형이 그럴 사람은 아니지.”

  “근데 너 천천히 걸어오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뛰어오더라.. 아니. 뭐 뭐라 하려는 건 아니고..”

  “아, 형~ 들켰어? 그렇다고 마지막까지 천천히 걸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 다 사회 생활인 거지.”

  “그건 그렇지. 그런 척이라도 해주는 게 예의긴 하지.”

  실없는 농담을 나누며 나는 자리에 일어났다. 애초에 밥 약속이었기에 무엇을 먹을지 정해야 했다. 보통이라면 수없이 많은 음식 중 오늘은 배에 무엇을 집어넣어야 할지 족히 10분은 고민하여야 했지만 이 놈이랑은 그런 게 없다.

  “역시 면이지?”

  “그렇지 당연히 면이지.”

  날이 쌀쌀하다는 이유로 혹은 비가 온다는 이유로 우리는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면을 먹었다. 이른바 면 동맹이랄까. 

  따뜻한 멸치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학생의 본분에 맞는 저렴한 교내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까페라떼 한잔과 얼음 3개를 넣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뭐 별일 없지, 형?”

  “글쎄. 뭐 별 일이라고 칭할 만한 일까지는 아닌데...”

  “아닌데?”

  “야. 너 아는 사람 중에 학교 후문 쪽 카페에서 알바하는 여자애 있냐?”

동생은 고개를 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음.. 모르겠는데? 왜?”

  “아니. 너도 알다시피 내가 카페에 자주 가잖아. 근데 거기 알바하는 애가 볼수록 내 스타일이어서. 덕분에 내가 요즘 매일 출근한다. 그 카페로.”

  “올. 이게 무슨 일 이래. 그래서 수소문해보려고? 근데 누군지 알고?”

  “대충 보니까 우리 학교 학생이고 우리 과인 것 같더라고. 그래서 혹시 니가 알고 있을까 해서 물어봤지.”

  “뭐. 나도 다 알고 지내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한 번 알아는 볼게.”

  “그래. 한 번 알아봐 줘. 원래 내가 이런 거 부탁하는 사람 아닌 거 알잖냐.”

  “알지. 알지. 근데 어쩐지 난데없이 커피를 사주길래 뭔가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구먼?”

  “원래 세상일에 공짜 없다. 마셨지? 이미 마셨잖아. 알지?”

  “알았대도. 난 수업 들어가야 하니까 내가 다시 연락할게.”

  동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내게서 멀어져 갔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다소 멋쩍었지만 그래도 과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알아낼 재간이 없었다. 부디 방방곡곡 소문만 안 나면 좋으련만.

  이틀 후,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형〛

〚어. ㅇㅇ〛

〚형 내가 알아봤는데. 내 친한  동기 여자애가 알고 있는 거 같아〛

〚진짜? 어떻게?〛

〚아니. 그냥 혹시 거기서 알바하는  사람 아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하던데?〛

〚와 대박. 이름이 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내  동기 초대해 줄 테니 물어봐.〛

〚다짜고짜?〛

 - 14형석님이 bnh님을 초대하였습니다 -

〚대충 설명은 해 놓았으니 그럼 난 수업 들으러 ㅂㅂ〛

- 14형석님이 채팅방을 나갔습니다 -

〚헐..〛

〚??〛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

〚아.. 저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제가 형석이가 말한 사람입니다..〛

〚아 네! 그 카페 알바생 찾는 선배님 맞으시죠?〛

〚네네 ㅋㅋㅋㅋ..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앜ㅋㅋㅋ 좀 당황스럽긴 한데...〛

〚그쵸? 저도 당황스럽네요 ㅋㅋ..〛

〚아. 근데 저 선배님 알아요. 그 뿔테 안경 쓰시고 매일  에스프레소 마시는 분 맞으시죠?〛

〚응? 어떻게 아세요?〛

〚아〛〚그 알바하는 애. 제 친구거든요.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요?〛

〚물어봤어요? 그럼 그분도 제가 물어본 거 알아요?〛

〚아.. 네.. 이젠 알겠죠?〛

〚아.........망했네요..〛〚부담 가지실까 봐.  그분은 모르시길 바랬는데..〛

〚아.. 아니에요! 그래도 그 친구도 선배님 기억하는 거 보면 괜찮아요.〛

〚그래도 알고 보면 부담 느낄지도 모르고..〛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아무튼 괜찮아요. 제가 보증해요.〛

〚그럼 기왕이 이렇게 된 거 몇 개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제가 아는 거라면 대답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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