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

2025년 2월 6일 열 한 번째 일기

by 무무

애석하게도 오늘도 또한 휘발성 웃음이기는 한데, 차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큭큭거리는 모습을 뒤-옆옆옆 자리 동료분에게 들켰을 정도기에 오늘은 반드시 기록하려 한다. 사건의 발단은 동기 단체 채팅방이었다. 지금은 모두 찢겨버리긴 했지만, 입사 당시 동일한 국 내에 배정되었던 우리 네 명의 단체 채팅방은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가장 일찍 출근한 누군가 시작하는 아침 인사(월 - 워라~밸, 화 - 화이~ 또는 화하하핫, 수 - 수O하이~, 목 - 모카빵~, 금 - 마그마~)로 언제나 스타트를 끊으며, 시간 사이 공백이 있을지언정 영업일 사이 공백은 없을 정도로 적어도 하루 한 번 정도는 왁자지껄한 공간이다. 회사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서로의 중요함을 알고 있으며, 오히려 네 사람 모두 서로 다른 팀에 분산되어 있기에 흥미진진한 회사 이야기를 공유하며 매일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것이었다. ‘님들아 지피티한테 3.11이 더 큰지 3.9가 더 큰지 물어보셈.’ 마케터라면 적어도 맛이라도 봤을 Chat GPT. 가끔 코딩 작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기에, 곧장 Chat GPT에 접속해 질문을 했다, ’3.11이 커, 3.9가 커?‘. 놀랍게도 그 똑똑한 AI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11‘과 ’9‘를 비교하며 ’11이 크기 때문에 3.11이 커’라는 충격적인 대답을 내 놓았다. 각자의 GPT는 모두 멍청하게도 3.11이 3.9보다 크다는 응답을 했으나, 중요한 건 그 질문을 한 ‘사람‘ 개개인이 보여준 반응이었다.


누군가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며 정확한 답을 유도했고, 누군가는 정정된 답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며, 누군가는 그저 그 허술함을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첫 번째 경우였는데, 3을 제외하고 0.9와 0.11 중 어느 것이 더 크냐고 물었다. 나의 성향, 말투, 질문의 유형을 학습했던 Chat GPT는 두 번째 응답으로는 Python의 버전 기준으로 3.9가 3.11보다 작다는 말을 하더니, 재차 수치적인 비교를 원하는 나의 재촉에 드디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0.9가 0.11보다 큽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 문구였다. ’그러니까 3.9가 3.11보다 큼. 내가 처음에 숫자 감각 놓쳤다. 인정!‘. 너무나 담백하고도 당당하고, 당돌하기까지 한 채팅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차마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풋‘ 하는 소리를 내었는데, 뒤-옆옆옆자리 동료분이 ’OO님 웃는다.’ 라고 말을 할 정도로 소리가 컸었나 보다. 도저히 혼자 보기는 아까워서 캡처를 떠 동네방네 공유를 했는데, 어떻게 학습시켰으면 말투가 저러냐는 질타를 받았다.


Chat GPT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지금도 유행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조만간 나의 직종을 비롯하며 여러 사람들의 직업이 AI에게 대체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무직 업종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제는 AI로 영화도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사람의 수기 작업이 언제까지 빛을 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어쩌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목적, 목표, 사용하고자 하는 데이터,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몇 개만 적당히 정리해서 입력하면 개발 스크립트를 30초 만에 만들어내는 기계를,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당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오늘 보여준 AI의 이 단순한 멍청함을 보고 있자니 적어도 내가 업계를 떠나기 전까지 사람을 기계가 대체하는 날은 없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의 고민은 끝이 없다. 또한, 사람의 고민은 끝이 없다. 놀라울 정도의 자기 확신을 가진 기계와 달리, 언제나 사람들 괴롭히는 ‘의심’이라는 부정의 감정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성장을 가져온다. 오류에 대한 의심, 실수에 대한 두려움, 개선에 대한 의지, 변화에 대한 열망. 기계는 수동적인 학습을 통해 고작 흉내에 그치는 그것들을, 인간이라는 존재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인간임에도,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동일한 1시간을 주었을 때, 기계와 인간의 업무 역량을 절대적으로 비교한다면 기계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어째서 기계와 다르냐고 묻느냐면, 인간에게 부여된 불확실성과 불안 때문은 아닐지.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것만 같은 이 양가적인 감정들은 그럼에도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사람의 불확실성은 감히 미래를 예측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원동력 삼아 기술과 세상을 발전시키며, 사람의 불안은 다정과 공동체를 추구한다. 기계와의 비교에서 인간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것만 같은 이러한 것들이, 사실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해 주는 기준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지. 고작 3.11과 3.9의 수치 비교에서 비롯되었다기엔 심오한 주제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오늘의 나에게 영감과 웃음이 되어준 것이 감사한다. 벌써 이른 새벽으로 접어든 시간, 그럼 해가 뜬 오늘의 내게도 웃음과 함께 즐거운 고민이 함께 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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