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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 Feb 03. 2020

대구에서 온 A를 만나고

A라는 사람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까지 오게 됐을까. 시간을 역행하여 그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참 신기하다. 상상하기도 버거운 극한의 확률을 뚫고 무수히 많은 행성 중에서 지구, 지구의 많고 많은 대륙에서 아시아, 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작고 작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A라는 사람이 내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 짧고도 긴 세월 동안 본인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서야 마주 앉는다. 내가 지닌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기승전결을 구성한 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흥미로운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상대방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내가 미처 경험치 못한 색깔이면 새롭게 알아갈 수 있음에, 나와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으면 크고 작은 부분에서 같은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였음에 즐거움을 느낀다. 모호한 색깔이면 이도 저도 아니기에 재미가 덜한다. 물음표가 적게 달린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만들어 가는 수많은 과정들이 있겠지만, 두 행성의 충돌로부터 오는 충격보다 개인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장에 빈틈없이 꽂혀있는 서적들에 두 눈을 응시한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책 밖에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모든 답을 찾을 수는 없기에. 데이비드 흄 아저씨처럼 경험론자는 아니지만 경험을 예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상으로 나와, 경험치 못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 가운데 얻는 경험들이 피와 살이 되고, 한 사람의 색이 더욱 진해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돈과 시간을 고려해 본다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부터 온 A 또는 B 아니면 C와 관계를 맺음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불완전한 세계로 서로를 초대하고, 외교를 통해 서로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는 것. 내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보물 찾듯이 찾아다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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