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씩 끊어서 실행 하기.
집중력도 단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짐승 같은 육체는 오직 본능에 관해서만 집중력을 발휘한다. 쉽고,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내가 해야만 하는 행동과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 이런 관념적인 부분에 육체가 집중하는 것은 솔직히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단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아기-청소년기까지 훈육과 학업, 그리고 성인이 돼서는 회사, 군대 등의 외부적인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특정 시기를 벗어나고 자유 상태가 되면 다시 원래의 무질서 상태로 돌아간다. 놀랍게도 엔트로피의 법칙은 항상 유효하다.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루틴이라는 것이 그것을 도와주는 툴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면의 깊은 통찰과 깨달음이 있지 않으면 그 루틴도 금방 깨지기 마련이다. 그 깨달음 자체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일단 단련의 일상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부터 시작한다. 해가 뜰 때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균형 잡힌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매일 조금이라도 운동을 한다. 단순하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이게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이다. 우선 이것을 반복한다. 뭔가 삶이 개선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의 시간의 부피를 체감하고, 생각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다음 스텝은 하루 시간의 구성을 시각화하면서 구간을 분해하는 것이다. 수면 시간, 식사 시간, 운동 시간- 이 세 가지 구간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고 특히 여기에서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은 금지이다. 그러면 남는 시간의 구간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넣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무리하면 끝장이다. 지속성에 무조건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무리하지 않으면서 해야 할 일들을 집중력 있게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여러 시도와 경험 끝에 하나의 답을 얻었다. 그것은 30분 단위로 실행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30분 블록 실행'이라고 부른다. 30분이라는 시간은 아주 짧은 것도 아닌 긴 것도 아닌 적당한 부피의 시간이다. 스마트 폰에 중독된 도파민의 노예, 심각한 ADHD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이다. 나 같은 경우 구글 타이머로 30분을 켜놓고 일단 시작한다. 그리고 5분 정도 쉬고 그다음 30분을 실행한다. 이것을 반복한다. 약간 감질맛 나게 시간이 끝나서 다음 30분으로 이어가는 게 어렵지 않다. 30분 블록 실행은 주로 새벽-오전 구간에 아주 효과적이다. 이 방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업무를 한다. 집중이 잘되는 날에는 오전에 모든 업무를 해치우기도 한다. 이렇게 쌓은 블록들은 어플에 수치로 가시화된다. 내가 얼마나 집중했는지가 시각적으로 확연히 보인다. 그래서 더 올리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이 30분 블록을 더 많이 쌓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집중이 안 돼서 괴롭다느니 루틴이 엉망이라느니 그런 소리 안 나온다. 여기서 보상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2개의 30분 블록이 있다면 그 사이에 5분의 짧은 휴식을 넣고, 2개를 쌓았다면 2개와 2개 사이에 10분의 휴식을 넣는 것이다. 마치 인터벌 트레이닝 같은 것이다. 짧은 휴식과 약간 긴 휴식을 반복하는 것. 그리고 오늘 6개의 블록이 목표였는데 집중이 잘돼서 8개의 블록을 쌓았다면 점심시간을 늘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보상은 뭐든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넣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과 쾌락을 반복하면서 성취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사실 유튜브의 한 영상에서 조던 피터슨이 30분 단위로 끊어 쓰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해서 실행해 봤다가 의외의 효과를 본 것이다.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집중하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났다. 그리고 30분이라는 시간의 단위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의 단위 1시간- 이것을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눈 30분. 깔끔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이것을 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껴진다. 재미 추구만 하는 육체의 짐승적 감각을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가벼운 30분의 블록을 리드미컬하게 반복하고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것- 무리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방식임을 매일 체감한다. 처음에는 프레임과 훈련에 집중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능숙해진다. 의식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연의 섭리에 맞는 루틴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다 결국 우리는 그 안에서 본질적인 물음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체계적이고 최적화된 루틴 안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결국 우리는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먼저 깨닫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움직임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최적화된 프레임을 만들고 반복의 리듬을 타면서 그렇게 지속한다면, 우리가 열망하는 것을 구할 것은 매우 확실하다.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꾸준히 증명된 사실이기에. 일단 먼저 움직이자. 움직이면서 생각하자.
새벽 4시 10분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난 김에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이 그리스 작가의 책을 오래전에 구입하고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 중요한 건 아직 살아계시다는 것이다. 장수의 비결이 창작의 힘이길 빌어본다.
조던 피터슨은 정말 못 말리는 엄격주의자. 30분 단위 관련 이야기가 여기에도 있다. 매번 볼 때마다 설레고 유레카를 외친다. 요즘 새벽의 기쁨이다.
오전에 회사의 현실에 대해서 직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짜봤다. 결론적으로는 뭐라도 실행한 오후였던 것. 언어로 가시화하는 것의 힘을 또다시 신뢰하게 되었다.
내 사랑 샐러드. 매일 같지만 다른 아름다움.
이렇게 하루의 작은 드래곤볼을 완성했다. 그리고 10월이 끝났다. 내 생애 처음으로 느낀 충만한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