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되도 내보내기
완벽주의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는 언제나 좋은 결과와 맞닿아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처럼 독이기도 하다. 번민과 고뇌의 근원이다. 자연스럽게 집착으로 이어지는 루트가 완벽주의이다. 사실 이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수많은 예술 작품들은 완벽주의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니깐.
완벽주의로 과거에 좋은 결과를 얻었던 사람들은 평생 딜레마에 시달린다.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지 쉽게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좋은 결과는 언제나 어렵게 얻어진다는 편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완벽주의자가 대충이라도 완성해서 끝내는 완료주의자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 역시 과거에는 완벽주의자였다. 대충 하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혀 수많은 나날들을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다. 언제나 부족했고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완벽주의는 언제나 패배감만을 안겨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완료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단 저지르고 본다. 덜되도 그냥 내보낸다. 책임감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방식의 결과물이 훨씬 더 만족스러웠고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완료주의는 매일의 승리를 안겨준다. 작던 크던 완료주의는 만족과 기쁨 그리고 평온을 준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역설적이게도 꽉 참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완벽 해짐이었다. 모든 선지자들의 가르침인 '놓아야 비로소 갖게 된다.'의 메커니즘이 바로 완료주의였다. 오늘도 나는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덜되도 후련히 내놓고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