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그리고 10km 러닝
매일 러닝을 한지가 꽤 오래되었다. 다이어트한다고 헬스장에서 뛰기 시작한 것이 2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1-2년 사이에는 인터벌 러닝, 천국의 계단을 열심히 했다. 살은 당연히 많이 빠졌다. 17kg이나 감량했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유산소를 좋아했다. 그냥 나에게 맞는 것 같았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 심박수가 일반인 보다 상당히 낮았다. 거의 프로 러너와 비슷하다. 고로 아무리 빨리 뛰고 많이 뛰어도 심장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다. (케이던스가 250인데 심박은 130 정도이다.) 이건 유전이다. 그래서 좋아하고 잘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러닝을 특별히 잘한다'라고 나의 잠재의식에 깊게 박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경험이 쌓이긴 했지만 이것은 명백히 처음부터 잘했기 때문이다. 처음 경험이 좋으면 기억이 좋게 남는다. 그 좋은 기억이 쌓여 자신감이 되고 믿음이 되는 것이다.
요즘 조금 특별한 러닝을 하고 있다. 러닝을 하면서 몰입을 시도한다. 생각하고 싶은 주제나 풀리지 않는 난제가 있으면 그것을 러닝 하면서 생각을 한다. 만약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시각화를 한다. 그 주제를 무대 위로 올리고 조명을 쏜다. 그리고 계속 그것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하는 것이다. 30-40분 정도 러닝을 하는데 러닝 머신이라는 갇힌 공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뛰다 보면 어느새 나는 몰입에 돌입한다. 신기한 것은 러닝이 끝날 때쯤에는 해결책이나 강렬한 인사이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공간을 한정하고 그 안에서 반복적인 몸의 움직임이 이런 마법 같은 체험을 불러온다는 것. 경이로운 발견임은 분명하다.
몇 달 전부터 나에게 매일 러닝 30분은 마치 양치하듯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다. 30분 이하로 달린 적은 거의 없다. 30분을 존 2 기준으로 달리면 거리가 대략 6km 정도 나온다. 그리고 하나가 추가된 것이 10km 달리기이다. 10km는 나에게 상징적이다. 마라톤 거리이기도 하고 내가 목표로 하는 지점과 현재 내가 있는 곳과의 실제 물리적 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10km는 약간 강박이 생기고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격일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는 30분 달리기, 하루는 10km 달리기로 하고 있다. 시간과 거리로 나눠져 있지만 이 격일 러닝 프로그램은 어떤 패턴을 이루어 내며 내 루틴에 안착이 되었다.
그런데 어제는 어떤 주제에 대한 몰입이 아닌 이 러닝 패턴 자체에서 큰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30분 러닝을 하는 날과 10km 러닝을 하는 날의 차이점을 발견한 것이다. 30분 러닝을 할 때 대략 10-15분 구간이 약간 힘들고 지루해진다. 한편 10km 러닝을 하는 날은 대략 20-25분 구간이 힘들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뛰는데 왜 힘든 구간이 다를까? 애플 워치의 기록을 보면 속도, 케이던스와 심박수는 같다. 변수는 결국 생각이었다. 30분을 뛴다고 생각하고 뛰면 30분까지 뛰는 것이고, 10km 뛴다고 생각하면 계속 달려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10km를 채운다. 결국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이 맞다.
사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별로 감흥이 없는 문장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진부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제 이 문장이 갑자기 강렬하게 내 마음에 꽂혔다. 결국 작게 생각하면 작게 이루어지고 크게 생각하면 크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게 너무나 명확한 사실인데 도대체 나는 장님처럼 왜 그토록 오랫동안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하나가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믿음'이었다. 나는 내가 10km를 달려낼 것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것은 이전 좋은 경험들의 축적에서 나온 믿음이었다. 이제 믿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믿은 게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게 자연스럽게 믿음으로 뿌리내린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잘할 것이라 믿어.' 이것이다. 믿음이 잠재의식에 있어야 결국 해내는 것이다. 이 믿음은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다. 단 이 경험들은 적어도 느낌이 좋아야 한다. 그 좋은 느낌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한다. 그 좋은 느낌의 경험들이 잠재의식에 뿌리를 내리게 되어 믿음을 만들어낸다. 그 믿음은 결국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크던 작던 그 믿음에 기반한 생각은 무조건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이것이 내가 어제 찾아낸 미친 인사이트이다.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크게 이루어내기 위한 구조적으로 완벽한 메커니즘을 드디어 이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