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의 기적
오병이어란 예수님이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말한다. 가톨릭의 유명한 기적 중의 하나이다. 나 역시 가톨릭 모태 신앙이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그냥 전설의 우화 같은 이야기라고 여기고 살았던 것 같다. 신앙심이 그렇게 깊지 않았던 최근 까지도 그랬다. 아무튼 갑자기 오병이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일요일이었다. 전날 와인을 많이 마셔서 그날은 새벽 미사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쉬다가 정신을 차리고 저녁에 미사를 드리러 집을 나섰다. 집에서 성당까지 대략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대부분 걸을 때 유튜브를 듣는다. 뭘 정해 놓고 듣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것을 랜덤으로 대충 고른다. 그날은 영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주 작은 것도 주님의 손을 거치면 엄청난 것이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있는데 성당에 도착을 했다.
얼마 전에 끝났지만 그 당시에는 매일 묵주기도를 바쳤다. 기도가 끝나고 묵상을 한다. 그리고 매일 미사 어플로 그날의 복음을 읽는다. 그런데 그날의 일요일은 늦게 일어나서 묵주기도도 아침에 못하고 저녁에 해야지 하면서 복음을 읽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미사에서 그날의 복음을 처음 듣게 되었다. 그런데! 복음 내용이 오병이어의 기적이었다. 성당에 오는 길에 랜덤으로 들었던 오병이어가 그날의 복음이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뭔가 놀랍고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직관적으로 하느님이 나에게 전달하시는 메시지라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도대체 왜. 미사가 끝나고 저녁 내내 곰곰이 생각을 했다. 왜 주님은 나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을 짚어주신 것일까.
성경 내용에서 오병이어는 사실 그날 군중 속에 있었던 한 아이의 도시락이었다. 그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예수님께 모두 드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의 작은 소유였다. 그것을 온전히 주님께 바친 것이다. 예수님을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그 작은 것으로 엄청난 기적을 보여주셨다. 그 물고기와 빵은 확장을 거듭해서 무려 오천명의 성인이 배불리 먹고도 남아서 열 두 광주리나 가득 채웠다. 이 가르침의 핵심은 바로 '작음'이었다. 아주 작은 것도 이렇게 큰 무엇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크고, 화려하고, 거대한 것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작은 것을 무시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질적인 모든 것은 그 작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다. 작은 것이 모여야 큰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작음을 언제나 무시한다. 아이러니이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언제난 현재를 바라보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큰 것에 현혹된다. 큰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작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인간의 인생이 언제나 고달프고 고통으로 점철되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반면 현재 눈앞의 작음을 소중히 여기고 바라보면 대부분의 인생의 번민과 고통은 사라진다. 심지어 현재의 작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큰 것을 이루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주님의 그날 나에게 전달하신 메시지는 명료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억하고 행하여라.'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비록 지금은 하찮아보일지라도 집중한다면 큰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작음을 소홀히 하지 말고 성실하게 반복한다면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토마스처럼 의심병 많은 나를 어떻게 아시고 그런 메시지를 주셨는지 마음이 벅차올랐다. 안 그래도 매일 하는 이 작은 일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회의감이 들었던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의 말씀은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되었다. 작고 하찮고 남들이 보면 비웃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주님을 믿고, 나를 믿고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는 이 작고 소중한 일을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할 것이다. 계속할 것이다. 열매를 맺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