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래곤볼 Day 59.

우선순위

by 쾌락칸트

루틴은 고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유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박이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강박은 필요하다. 그것은 초기에 루틴이 자리를 잡을 때에는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안정기에 접어들면 검토를 꼭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그대로 지속해야 하는 것과 변화를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을 기준으로 검토를 한다. 예를 들어 미라클 모닝 같은 경우는 절대적으로 불가침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경해서는 안된다. 비록 늦게 자더라도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설사 낮잠으로 잠을 보충하러 다도. 그러면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적 활동에 속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일, 글쓰기, 독서, 운동 같은 것들이다.


나는 오랫동안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중요한 일을 처리했다. 운동은 점심 이후 오후에 주로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효율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가 않았다. 우선 새벽 같은 경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에너지가 풀 충전된 시간이다. 당연히 그 시간에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은 너무나 잘 되었다. 하지만 본업에 관련된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아침의 후반인 점심쯤이 되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에너지를 써버려서 배가 고프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퍼져서 오후를 그냥 날리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운동을 다녀오면 바로 저녁 시간이 되었다. 운동 같은 경우 매일 꼭 해야 하는 루틴이기에 절대 빠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운동 전에 무엇을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운동 가야지가 오후 우선순위의 가장 꼭대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을 다녀온 저녁에는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루틴 구조로 보면 가장 중요한 본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조를 한 번 바꾸기로 했다.


생각보다 내가 운동 루틴에 대해서 절대적인 고정값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과가 너무 좋았던 만큼 강박도 있을 것이다. 아마 나도 내심 하기 싫은 일 1 순위였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전 인류가 운동을 싫어한다. 사실 엄청 힘든 일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루틴의 제일 첫 일정을 운동으로 잡기로. 안 그래도 여름이라 더워서 새벽에 운동을 하면 효율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도 한 몫했다. 그동안 루틴 초반 부분을 정신적 활동으로 채웠지만 의외로 본업에 대한 효율이 좋지 않기에 이번에 한 번 바꿔보기로 한 것이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근력과 코어 운동을 하고 바로 밖으로 뛰어 나갔다. 약간 힘들었지만 하던 대로 코스를 따라서 러닝을 했다. 대략 40-50분 정도 뛰고 난 뒤 집으로 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걱정했던 만큼 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기운이 넘치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가장 어려운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물론 그날 운동은 이미 해치웠기에 마음의 부담도 적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를 시도했다. 샤워를 한 뒤에 커피를 내리고 바로 본업을 시작했다. 독서, 글쓰기 일정을 오후로 미룬 것이다. 사실 내심 본업이 하기 싫어서 정신적 활동이라고 명명하고 그동안 회피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딴생각이 들기 전에 바로 컴퓨터를 켜고 본업에 돌입한 것이다.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무려 4시간이나 집중을 하며 미뤄 두었던 일을 해치운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그리고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낮잠을 30분 정도 잤다. 뇌가 리셋된 느낌이었다. 머리가 다시 명료해진 순간이 돌아왔고 나는 이때 원래 새벽 첫 루틴이었던 독서와 글쓰기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새벽과 오후에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운동이라는 높은 강도의 육체적 활동을 아예 제일 먼저 해치우니 시간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도 한 몫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는 취침, 기상, 식사 같은 루틴들은 실행 시간은 킵하고 나머지는 가장 하기 싫은 순서에 따라서 다시 구성해 보는 시도를 하였다. 의외로 결과가 좋았다.


모든 것은 결국 시행착오 끝에 개선이 되는 것이다. 해봐야지 안다는 것이 진정한 진리임을 또 이렇게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그동안 잘 쌓아온 루틴을 수정한다는 것이 내심 두려웠던 것 같다. 그냥 생각하기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검토의 시간은 필요하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둔다면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가장 중요한 '본업'이 이 루틴의 수혜를 받지 못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목적이고 루틴이 수단이다. 수단과 목적을 헷갈려서는 안 된다. 루틴을 위한 루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50709_160349938.jpg
KakaoTalk_20250709_160349938_01.jpg
KakaoTalk_20250709_160349938_02.jpg
KakaoTalk_20250709_160349938_03.jpg
KakaoTalk_20250709_160349938_04.jpg
KakaoTalk_20250709_160349938_05.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시, 드래곤볼 Day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