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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모으기 Day 66.

드래곤볼 프로젝트는 유효했다.

by 쾌락칸트

나만의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무엇인가 큰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운이 좋게도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큰 액수의 금액을 받고 시작된 사업이었다. 이후 3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그냥 회사를 다녔으면 절대 겪지 못했을 일들이었음은 분명했다. 제품을 개발하고 펀딩을 하고 제안서를 내고 다수의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온라인 마케팅도 하고 프랑스로 수출도 하고 대규모 전시회도 열고 대형 백화점 팝업 스토어도 여러 번 했다. 겉에서 보면 항상 활발하게 활동하는 듯 보이지만 나는 생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지옥과 천국의 롤러코스터를 정기권을 끊어두고 매일 반복적으로 타는 느낌이었다. 희로애락 그 자체였다. 한 가지 명확한 부분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광야에 수십 번 던져 놓는데 성장을 안 할 수가 없긴 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까지 지옥에 있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었고 그냥 침잠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지난 8월의 팝업 스토어를 끝내고 번아웃이 왔었다. 매출은 당연히 있었다. 순수한 판매로만 창업한 이후에 제일 많이 벌었던 기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최악의 결과였다는 것을. 뭔가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던 기간이었다. 리소스와 시간 투입을 생각하면 형편없는 결과였다. 다른 사람들도 속이고 나를 속였던 결과였던 것일까. 아무튼 나는 이 행사를 마치고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지옥에서 헤매던 중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에 시작한 것이 이 드래곤볼 프로젝트였다. 살고 싶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라클 모닝을 시전 했다. 누군가 위기의 시기에는 무조건 새벽에 일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봤다. 밤 10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셀프 정신 교육을 시작했다.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거듭된 실패한 결과들에 대한 탐구를 미친 듯이 진행했다. 올빼미 대장이었던 내가 꼬박꼬박 새벽에 일어나며 생활 패턴까지 완전히 바꾸면서 몰입했던 나날이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후 다시 나는 또 다른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당연히 트라우마가 나타났다. 이전의 안 좋은 기억들 때문인지 온몸으로 거부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정면으로 맞섰다. 부서지면 부서지는 대로 맞으면 맞는 대로 그렇게 버텨냈다. 사실 이번 행사의 공간은 제일 허접한 레벨이었다. 나의 브랜드가 바닥을 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느꼈다. 이전과 다르게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품, 고객, 마케팅 등 기존에 내가 고정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영감들이 차올랐다. 매출은 최악이었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정말로 태도가 바뀌니 생각이 바뀌고 보이는 것이 달라졌다.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몸과 정신은 고통스러웠지만 방향은 올바르게 향하고 있었다. 드래곤볼 프로젝트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것을 깨달은 날이 드래곤볼이 시작되고 딱 66일째. 습관 형성의 66일과 같은 시간의 누적이었다. 와 이게 되네.라고 느꼈다. 진실로 데이터는 과학이고 인간은 어떤 범주에서는 정말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빈도수와 확률에 대해 다시 한번 진하게 느끼기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이 시점을 계기로 나는 개고생 환영 모드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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