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하기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CEO가 어느 날 나에 대해서 칭찬을 한 것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ㅇㅇ님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그때 처음으로 내가 그런가?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 시기, 나는 대형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은 물오른 PM이었다. 되돌아보니 내가 성과가 좋았던 프로젝트들은 굉장히 명료하고 단순했던 것 같았다. 특히 오로지 나에게 권한을 주어졌을 때 결과는 빛이 났다. 나는 일단 목적을 명확하게 상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부수고 쪼갠다. 그리고 내 방식으로 재조립하며 단순화시킨다. 그렇게 모든 자원과 리소스를 내 바구니에 정갈하게 착착 담는다. 그리고 멋진 아웃풋을 상상하며 굉장한 에너지로 그 프로젝트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키고 마무리한다.
그렇다. 이거였다. 지배하기.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시스템을 지배할 수 있을 때 결과는 항상 기대이상 있었다. 이것은 확실한 패턴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 읽었던 사업의 철학에서 큰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 같다. 그것은 사업에 휘둘리지 않고 지배하기였다. 그동안 내가 사업을 힘들어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계속 휘둘리고 있었다. 사업이라는 것이 뭔가 다른 줄 알았다. 처음 창업을 하면서 수많은 기관에서 컨설팅을 받으며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많은 지원 사업을 따낸 것은 나의 PM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도 마치 회사 다닐 때처럼 썼다. 실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프로젝트하듯이 진행하고 끝나면 쉬어버렸다. 사업은 프로젝트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실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었다. 실행은 PM처럼 하면서 운영은 이도저도 아니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을 지배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다.
현재 나의 사업은 너저분한 상태이다. 심지어 내가 몇 번의 위기에 부딪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사이에 추진력을 잃었다. 심지어 사업은 정지된 채 꽤 오랜 기간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의 셀프 정신 교육으로 삶의 질서를 바로 잡은 덕분에 상황은 달라졌다. 사업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명료해진 것이다. 나는 이 사업을 지배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모든 것을 다 부수고 쪼갠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조립을 해나가면서 내가 저글링 할 수 있는 간결한 시스템을 만든다. 그리고 지배한다. 이것이 다다. 이렇게만 하면 나는 이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80% 이상 들었다. 이 정도면 결과는 확실하다. 나는 이런 직감에서는 나를 완전히 신뢰하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