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안 되는 날
진짜 그런 날이 있다. 그냥 하기 싫어서 계속 딴짓을 하는 날이 있다. 그게 어제였다. 일단 원인을 찾아봤다. 그 전날 샴페인을 많이 마셨는데 새벽 5시 스트레칭 모임에 참석하느라 잠을 충분히 못 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새벽 7시에 에리히 프롬 스터디에 맞춘다고 새벽 구간 쪽잠도 못 잤다. 그래서 오전 내내 피곤했다. 도저히 집중이 안되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일단 접고 집에 조금 일찍 와서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회복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사무실로 와서 작업을 다시 시도했다. 그런데 또 집중이 안되고 딴짓을 연속적으로 했다. 결국에는 거의 아무것도 못했다. 심지어 운동 시간마저 늦어졌다. 절망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냥 다 덮었다. 그리고 운동을 갔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운동은 너무 잘되는 것이다. 심지어 러닝 30분 최고 속력을 갱신했다. 도대체 뭔가 싶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몸은 상태는 좋았던 것이다. 뇌의 장난질에 속은 느낌이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니 아예 다 잘못되는 것이라고 의식적 합리화했던 것이다. 이게 완벽주의자의 병패인가 싶었다. 처음의 인식에 휘둘려 몸 사리다가 이도저도 안된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놀러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 활용 측면에 있어서 나는 아직 초보 단계였다. 꾸준함과 유연함을 구분하는 것이 아직 서툰 것은 분명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인 부분은 그날 해야 하는 업무를 제외하고 나머지 루틴- 미라클 모닝, 새벽 스트레칭, 새벽 스터디, 블로깅, 운동 등은 다했다는 것이다. 기분과 상관없이 그냥 하는 것. 이것이 루틴의 힘이었다. 어제 일은 너무 하기 싫었지만 나머지 루틴들은 빠짐없이 돌아가서 신기했다. 내가 100일 가까이 매일 노력한 것들이 실제로 자동화되고 있음을 드디어 확인하게 된 것이다.
좋은 날이 있으면 당연히 안 좋은 날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특히 안 좋은 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은 필요하다. 컨디션이 별로거나 하기 싫은 날은 그냥 놀러 간다든지 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인풋을 넣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그날은 휴식하며 재미있는 것을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다음날 즐겁게 다시 하면 된다. 매일을 리드미컬하고 경쾌하게 이어가자.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