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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Feb 04. 2021

클럽하우스에 대해서

대화란 무엇인가?

클럽하우스를 써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를 쓰고 있고,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나누고 있다.

며칠 대화를 들어보고 참여하면서 드는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아직은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다.



대화를 한다.


대화를 굳이 두 가지로 나누면, 정보를 전달하는 대화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개인적인 대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지털 툴은 점점 많아지지만, 웬일인지 사적인 대화는 점점 더 사치스러운 행위가 된다.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대화가 가진 자유로움은 문법 속에 갇히고, 감성은 이미지로 압축되었다.


글은 생각과 지식을 담는 견고한 그릇이다. 대화에는 글과 달리 망각이 존재한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말을 하는 걸 일일이 기억할 수 없고, 생각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말에는 실수도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대화에는 용서가 필요할 때도 있고, 지성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가 필요할 때도 있다.


대화가 가진 망각과 실수는 말 할 상대를 찾기 힘들게 한다. 현실에서 대화의 상대를 구하려면 장소와 시간을 고민해야 하고, 주제를 고민해야 한다. 만나는 것도 어렵고, 말이 통하는 대화를 나누기는 더 어렵다.


클럽하우스는 흥미로운 방법으로 대화의 부담을 줄여준다. 바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흐름을 듣고 가다가 흐름에 맞춰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혼자서 몇십 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적합한 주제를 나누어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대화의 참여하는 시점이 정해져 있기 않기 때문에 계획된 제작을 통해서 녹음된 목소리를 듣거나, 영상을 보는 일과 다른 의외성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할 때 정말 필요한 건, 전화선이나, 수화기, 전화번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말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서로 말을 하다가, 문자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다가 다시 대화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서 흥미롭다.



기록하지 않는다.


클럽하우스는 기록하지 않는다.

우리가 SNS라고 부르는 서비스의 대부분 기록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기록 위주의 기능이 많다 보니, 절차와 프로세스에 따라 저장된 콘텐츠를 다시 보거나 검색하는 기능을 추가하게 된다. 입력과 출력 기능을 강화하다가 보면, 구조와 위계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기록을 안전하게 작성하고, 기록한 내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점점 더 발전했다, 제작 기술은 복잡해졌고 사용방법은 어려워졌다.


서비스와 제품은 기록을 보관하고 출력하는 거대한 디지털 공장으로 발전했다. 이 공장은 초기에는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거대해진 후부터는 생산된 콘텐츠를 스스로 소비하기 시작하고, 더 커지면 다른 미디어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집어 삼키기 시작한다. 


내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와 함께 다른 사람에게 대량으로 공급된다.


디지털 기록 공장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을 바꾸고, 검색은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바꾸었다. 이제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추천과 인공지능을 통해서 더 강력해졌다. 사람의 기억력은 불완전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기록과 검색은 완벽한 기억과 회상 능력을 준다. 하지만 기록과 검색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은 해석의 다양성을 줄이고, 사고방식을 편향시키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원하는 것만 보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의 맥락이 있는 이야기만 듣게 된다.


대화를 중심으로 기록이 최소화된 클럽하우스는 그래서 흥미롭다. 대화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진다. 저장하고, 재활용하고 편집할 수 없다. 그래서 소비하는 행동과는 다르다.  어느 순간부터는 소비자를 넘어 참여가 필요해진다. 누구나 대화방을 만들 수 있고, 참여 의사(손 들기)를 밝히고 발언할 수 있다. 시스템이 많은 상태를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Room을 시작한 대화의 주제를 유지하고, 이어 나기 위해서 사람의 참여가 많이 필요하게 된다.



글과 사진의 경우는 조회수로 기록되는 사람들의 흐름이 Room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람 중심


보이는 것으로 봤을 때, 클럽하우스는 프로필 사진을 크게 볼 수 있다. 사람이 가장 먼저 보이고, 팔로잉을 해야 하고, 그 사람이 참여한 Room에 들어가 봐야 한다. 물론 주제별로 찾아볼 수도 있지만,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다.


대화를 듣는 것이 첫 번째이며,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두 번째다. 이 두 가지를 하면, 클럽하우스의 중요한 사용법은 다 안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따라가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필요한 기능 이외의 기능은 클럽하우스를 쓰는 사람에게 대화로 배울 수 있다. 설명이 생략되거나 숨어있는 기능, 사용하기 위한 용도와 문화도 사람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기 위한 기능은 충실하다. 음악 앱처럼 취향을 복잡하게 물어보지도 않고, 프로필을 완성도 있게 만들거나 꼼꼼히 적어두지 않아도 된다. 사진을 잘 찍거나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하기 시작하면 된다.


앱의 UI 디자인을 보면, 다른 앱처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클럽하우스의 앱 아이콘은 브랜드나, 제목을 강조하지 않는다. 앱의 아이콘이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용자의 프로필 사진으로 되어 있어서, 매번 아이콘이 바뀐다.


앱아이콘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예전에 서비스를 만들 때, 우리는 사용자를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클럽하우스는 가장 인기 있는 사용자를 앱아이콘으로 만들어준다.


아이콘으로 선정된 사람은 다시 클럽하우스를 홍보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스터리 한 점은 각자 자신이 이야기할 내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를 어떻게 초대하고 그룹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서비스가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막 시작되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초기 커뮤니티 문화를 느껴 볼 수 있는 점은 행운이다.



듣는 경험의 재발견


작년까지 OTT 서비스가 관심을 많이 끌었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같은 서비스가 중심이고 귀로 듣는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하지만 2021년 초부터 스포티파이의 진출과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듣는 경험에 대한 아이디어와 제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물론 음성이나 소리를 사용한 SNS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조금 다른 열정과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자유롭게 만들어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잘 다듬어져 있고, 작은 변화들로 사용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한 번 Room에 들어가면, 계속 다른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도 있고, 참여할 수도 있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색다른 주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문화도 생기고 있어서 기대된다.


UI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래 글로 써봤다.


https://brunch.co.kr/@pliossun/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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