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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15. 2015

열거

PAPER BOX_11

베네치아의 밤

가게 안의 불빛이 거리를 비춘다.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게 가만히 앉아

바로 앞 잔잔히 흐르는 물과 함께

숨겨가는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열거

                                                        J PARK

어디론가 흩어진

기억들의 파편들을

퍼즐 위에 나열한 듯

하나하나 맞춰 본다.


눈물 한 방울

행여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눈앞에 수놓으면


이제는

꿈속의 꿈인 듯

정말로

잊혀진다.


고장 난 태엽시계처럼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흐름이

머릿속을 스치며

잠잠히 씻어 내린다.


누구든지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 했던 시간들

어릴 때의 향수

집밥에 대한 그리움

여행지에서 느낀 시간의 잠잠한 흐름


초등학교 6학년.

저는 그 시간을 잃지 않게 안간힘을 씁니다.

여름 방학이었을 거에요.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라는 대회가 있었는데,

"일곱빛깔 아이들"이라는 팀 이름을 가지고

7명이서 함께 대회에 나갔었죠.

A4용지로 구조물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바벨의 무게를 견디느냐가 주요한 과제였고,

던져진 주제에 관한 연극을 하는 대회였는데(사실 주제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랍니다...ㅠㅠ)

저희는 천성산의 터널시공에 대한 문제로 연극을 꾸몄었지요.

어떻게 합리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함께 의논하고

연극으로 꾸밀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내린 해결방법은 이것이었어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일직선인 터널을 만드는 것 보다

산을 둘러 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그 주변 길을 좀 더 아름답게 꾸미자."



제가 처음으로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

이때부터 제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로망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로망을 실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 같아요.

세상에 대한 시선을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되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기억이

무엇보다 소중하답니다.

하지만,

자꾸만 그 기억들이 흐려지고 잊혀져서 말이에요.ㅠㅠ


그 당시에 썼던 연극 대본을 가끔 펼쳐보곤 하는데,

참 아름다운 기억이 되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향기로 기억을 하기도 해요.

그 장소에 특유한 향기가 있었다는 것.

익숙한 향기가 다가오면

언젠가 그 장소에 들렸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게

저는 정말 좋더라고요.^^


참, 기억이

많은 것을 말해주면서도

많은 것을 그립게 합니다.


PS:슬픔이라는 감정이 차오를 때, "기억"한 알을 드셔보세요.

오늘의 당신을 말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약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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