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APER BOX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정한 Apr 25. 2016

살고 싶을 때

PAPER BOX_56

피렌체에서

죽고 싶을 때

살고 싶을 때

글자 하나 차이의 느낌이

우리가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을 말할 때

BGM_사랑이라는 이유로-김광석


살고 싶을 때


내가 가장 살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

죽을 날을 기다리는 하나의 생명체에게

주어진 시간들에서

왜 우리는 죽고 싶을 때만이 머릿속에 맴돌고만 있는가.


단 한 번

탄생의 축복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때에

한 살이라는 이름으로 눈물을 흘리고


청춘이라는 별을 참으로 밝다 느끼지 못하고

나이 들어가며 삶이 느긋해지고 조급해지고


삶을 생각하기도 전에

전에 느꼈던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태평양 한 가운데 난파선을 기다리는 암초가 되어

죽고 싶다는 그만의 생각이

살고 싶을 때를 생각할 일개 순간조차 만들지를 못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서쪽으로만 자꾸 가는 세상에서

이렇다 할 살고 싶을 때를 찾지 못하고

살고 싶었던 때를 되뇌며


꿈이란 먹이를 찾아

밤새도록 허공에 눈알을 굴리는

동물의 형상. 상상 속의 배부름을 호소하는

외로운 배고픈 생각


한 끗 차이의 그 생각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그토록 좋은 기억들이 많은데도

머릿속에 남는 거라곤

실수

자책

고민

또 실수. 내 탓


넌 언제 가장 살고 싶어


흘러가는 구름빵에

비 온 뒤 개인 땅에 한 움큼 고인 흙탕물 커피

노란 개나리 잼 발라서

조금은 낮은 시야로,

아이들 어깨 사이에 비친 햇살 같이 먹으면

그게 가장 살고 싶은 거지.

내 어깨를 아이들에 맞추고

흙탕물 증발할 때 즈음 말라가는 흙 한 번 밟아 주고

구름에 걱정 맡기고.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 생각하게 되면

그게 살아야 좋은 거지. 살기 좋은 거지.


그렇게

다시 한 번 다짐해야 하지 않는가.

좋은 기억들로 나의 주름진 뇌를 전부 만들어 갈 순 없지만

내 뇌가 주름질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내 기억에

살고 싶은 때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있다는 것을



"네가 가장 살고 싶은 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장 살고 싶은 때는"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저 스쳐가면서 내가 먼저

이런 이야기로 운을 띄울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순간들만으로 채우기도 부족한 심장이지만

그렇게 많던 기억들이 아픔으로 감싸져 기억되는 것 자체를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기에

다시금 사랑하는 기억들로 덮어주고

보듬어주고 안아주는

포근한 포옹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의미를 둘 여유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 보고 들은 것들이 나의 감정을 만들기에

그것들의 의미가 이미 두어졌다는 것을

조금의 형용사만 가미된다면

감정에 의미가 더해지고

그 의미가 당신을 안아 줄 것임을

그렇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곳이 있는 사람들이

그저 건강한 사람들을 보면

행복하고, 부럽다고, 살 맛나겠다고

그리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그 단순하지 않은 행복을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로 치부하는 것이

세상 살 맛난다는 말보다

죽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될 수 있겠지요.


각자에게 주어진 힘듦에 대하여

저는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여전히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그 기분을

충분히 느끼라고.

옆에서 내가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위로해 주겠다고.

그러고 나서 너 자신을 위로하라고.


아픔을 안다는 것도

저에겐 큰 의미가 있거든요.

빨리 극복하려는 마음이 조급함으로 다가오면

조여 오는 압박감이 아픈 곳을 자극하게 되더라고요.


소중한 사람.

당신이 있기에

당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에

오늘도 살 맛납니다.


PS : 3인칭 시점으로 "필자"를 바라보기도 하겠지만,

한 번은 그 이야기를 1인칭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빨간 밤에 아미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