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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May 21. 2016

사이

PAPER BOX_57

"내가 지금 진짜 예쁜 장면을 보고 있어.

벤치에 누워서 가만히 나무를 보고 있는데

그 나뭇잎 사이로 별이 딱 하나 보이는 거 있지

곧 시야에서 사라질 거지만."

"혹시 모르잖아, 다른 별이 그 자리로 들어올지."

BGM_너의 의미-김창완


사이


모든 것이 끝날 듯한 밤이었다.

구름은 달 가는 곳에

물음 한 번 던지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고

별은 구름 한 점에 쪼르르 달려가

아버지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아이마냥

순수하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행한 밤이었다.

전진의 행로에 지쳐 낙오되는 별도 없었고

나아가는 걸음에 돌부리라곤 없었다.

그 어느 것 하나

불평의 아우성을 칠 수 없는 밤이었고

새로운 것들에 눈 돌릴 틈 없는 어둠이었다.


그리고

나는 벤치에

딱 내가 들어갈 듯한 공간을 마련하곤

곧장 팔을 배게 삼아

허리를 등받이 삼아

기다림을 즐기며 누웠다.


나무 두 그루가 내 시야를 막아섰지만

나뭇잎들은 나의 눈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 잎들 사이로 보이는 단 하나의 별

어쩌면 평행선을 긋고 있던 밤하늘의 세상에

내 시선을 위한 낙오자가 되어 있었다.


조금 후면

별이 쫓는 하늘을 따라

지체 없이 달려가는 하니가 되겠지만

또 하나의 별이

기다리는 나의 세상에

사랑스러운 행복의 낙오자로

또 하나의 별을 마음에 띄우며

기다림. 그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모든 것이 다 끝날 듯한 밤이었다.

구름 달 별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향기롭고 조용하게 흘러가는 그런 어둠이었다.



"감동"이라는 단어에

"감정"이라는 매개체가 생기는 동시에

뜻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는

이래저래 일이 다 끝나고

가끔씩 드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러

제가 다닌 중학교를 갔습니다.


이미 동네 사람들의 저녁 운동이 끝난,

그리고 어둠이 내려 공차러 왔던 아이들이 가버린

우두커니 혼자 맞이할 수 있었던 운동장이었습니다.


그 조용함과 편안함의 정적 안에 휩쓸려

머리를 비우고 어둠을 만끽하며

듬성듬성 보이는 별과

반쯤 잃어버린 달을 맞이하기 위해

벤치에 자리를 마련하고

살포시 누웠죠.


밤하늘을 가린 나무

그리고 그 나무가 가진 나뭇잎

사이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던

하나에 그렇게 시선이 갔습니다.

참, 별거 아닌데도

별 하나 오롯이 시선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 이던지요.

가만히, 내 시간을 가지며

그렇게 누워 있었는데

바라지도 않은 사소한 특별한 것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탁 하고 나타났다

살며시 사라졌습니다.


혼자 보기 너무 아쉬운 마음에

마음을 나눌 친구 하나 붙잡고

또, 오늘의 밤하늘에 대해 말을 건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사라진 별이 아쉽긴 해도,

또 그 자리를 너도 모르게 채우러 오는 별이 있지 않을까."


그 말에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뒷 일에 대해

너무나도 간단히 말을 건넨 친구의 발상이

어찌나 제 마음을 건드리던지요.


집으로 가는 길에

문장 몇 줄을 끄적인 건 저였지만

꿈을 꿀 수 있게 만든 것은

그 마음 나눈 친구의

5초도 안 되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그 친구는 지나치는 말로 시를 쓴 것이고,

저는 그 말을 글로 옮긴 것뿐이죠.

오늘은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감동"에 더해진 "감정"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PS :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조금 늦게 돌아와 죄송합니다.

정진하며, 다시 글과 친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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