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58
또옥 또오-ㄱ
잠그면 잠기고
열면 흐르고
뭉치로 나오다가
가늘게도 나오는.
BGM_In My Place-Coldplay
재밌었던 시간들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되고
추억들로 남는다는 것이
때로는 너무나도 슬프고
지나치게 슬픈 감성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다
목놓아 흐느낄 수 없는 혼자만의 방에서
빗물이 된 눈물을 억지로 그쳐 보낸다.
수도꼭지 돌리면
열나게 나오는 물처럼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시간을 틀어
아낌없이 흘려보내고
손톱 사이에 낀 먼지 한 덩이가
자꾸 거슬리니만큼 신경 쓰여서
빼야겠다 빼야겠다
억지로 손톱을 들어
자꾸만 파고 들어가는 한 톨을 꺼내려고
마음먹는 중에
즐겨보던 TV 프로그램 다 보고
좋아하는 노래 몇 소절 흥얼거렸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넘겨보고는
그제야 또다시 추억거리 하나 둘
생각난다.
수도꼭지 쏟아지는 물
다섯 손가락으로 힘주고 돌려야 잠기듯
눈물 펑펑 콧물 펑펑
다섯 손가락으로 눈이고 코고 다 닦고
닦고 또 닦아야
그제야 잠기는
나는 오늘 추억에 눈물을 맡겼다.
눈물에 추억을 잠기게 하고
지나면 또 추억이 될 오늘 하루를
카타르시스 한 번 더 느끼고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생각하며
때로는 너무나도 슬픈
삶의 소유, 뺏을 수 없는 그 기억을
수도꼭지 돌리듯 참으로 간단하게
억지로 억지로 멈춰 보낸다.
슬플 때엔
슬픔도 느껴야 합니다.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애쓰다
슬픔이 슬픔으로 남아있지 못하고
다른 감정으로 전이되기 마련이거든요.
TV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우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남자치곤 눈물이 많은 편인건 알았지만
조그만 자극에도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에
새삼 제 감정이 이렇게도 여렸던가
생각하게 됩니다.
전에는
"감정"이란 것에
"무감각"으로 대하곤 했습니다.
특히나 짜증이 나고
울고 싶고
힘들고
아픈 감정에 대해
제 스스로 그 감정들을 거부하려고 했어요.
그 감정이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을
때로는 인지하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가끔
그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폭발하듯 터져버리곤 했습니다.
마치 먹이를 기다리다 지친 사자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미친 것처럼
뛰어 날뛰곤 했죠.
그러곤
그 감정에 후회를 가지며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무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기분을 다스렸습니다.
또 다가올 수많은 벅참에 대해서
참고 참고
참을 수 있는 깡다구를
어쩌면 붙잡고 있었던 것이죠.
감정에 솔직해지고
좋아진 것 하나를 꼽자면
내가 지금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대상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론 그 감정에
온전히 나를 맡길 수 있다는 것에
"나"를 공감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낍니다.
오늘은
추억에 눈물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에
추억들이 담기다
감당치 못할 눈물에
추억들은 잠겼습니다.
추억들은 잠긴 눈물에
씻기고 씻겨
다시금 청아하게 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겠죠.
언젠가 또 눈물로 다가올 수 있기도 하지만요.
그건,
그 때
또 생각하면 되죠 뭐.
PS :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도 좋지만,
솔직한 감정을 느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