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61
푸르름을 더하는 햇살과
에메랄드빛 물을 가르는 하늘과
이곳을 지키는 폭포의 우렁참이
바라보는 눈에 나를 그린다.
BGM_한낮의 꿈(Feat. 양희은)-아이유
반백년쯤 산 나무가
하루는 길가던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 툭 던지더라
니 인생은
니가 하는 일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냐
그러고 난
잠깐 동안 생각하다
나무를 지나치고 싶어 졌지
가던 길을 계속 갔어.
문득 만난 나무의 무겁던 질문에
무시할 만큼 나를 비워내진 않았지.
자기는 얼마나 대단하길래
어이없어하다 말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줄기를 살 찌우기 위해
꽃을 피우고 풍성한 나뭇잎을 가꾸기 위해
세상을 지지할 만큼의 힘을 가지고
세상을 정화할 만한 아량을 가지고
세상의 활기를 위해 나체 따위 가릴 것 없이
나무의 인생에서
나무가 하는 일 그것에
나무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닐까
풍요로움을 만들기 위해서
다만 물과 햇빛으로 연명하지만
긴 시간의 기다림을 알고
훗날의 만찬을 위해 아낌없이 집중하듯.
우리는
하는 일에 후회가 들고
하는 일마다 울화통 터지고
꼬이는 일들로 힘들어한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
그만큼 나 자신이
내가 하는 일에
그만큼이나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니까
나무처럼 우직하게
원래 하던 일 원래 하던 대로.
나무 때문에 별 생각을 다하며.
사람은 참 배울게 많은 존재야
반백년쯤 산 나무의 말처럼
내가 하는 일을 나는
나의 인생에 두고
나아가고 있다고
반백년쯤 살면
인생의 후회에 가끔은 힘들어지겠지만
내가 하는 일에 나의 심장이
묻어있었고 빛났었고
뛰고 있다고
"나의 인생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
언제나 인생을 생각하는 질문에는
끝이 없는 의문들이 들기 마련인가 봅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 생각들의 꼬리를 무는 또 다른 생각이
저를 자극하죠.
취미로 해오던 포토샵 작업에
어쩌다 블로그의 간단한 디자인을 맡게 되었고
홍보용 포스터 디자인을 조금 만지다가
조금 바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실력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고,
사실 아직도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으로 배워보지도 않아서
그런 분들의 작품과 완성된 작업에
"나의 디자인"이라고 말하게 되면
사실, 비웃음을 살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일을 하면 할수록
요구사항에 못 미친 작업들로
조금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아
버벅대는데 시간을 지체하기도 하고
작업량을 받아들이지 못해
완성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요.
제 자신에게 열이 받기도 하고
한편으로 제 입으로 "디자인을 한다"라고 했던 말들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만 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요.
일적으로 힘들어하고
화나기도 하고, 후회가 들기도 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의 감정이
일을 타고 스며드는 것이겠죠.
그런 감정들에 빠져 있어도
어쩌면 용기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으나
내일도 같은 걸음으로 회사에 나가
학교에 나가
오늘 같은 스트레스만 바라지 않고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잖아요.
우직하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걸음으로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하는 일에 대한 소중한 집중으로
몰두하고 있는 것.
그것이
삶에서 하는 일에 대한
비중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때로는 무기력해질 수도 있으나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면
귀한 걸음이 아닐 수 없지 않을까요
나무는 말합니다.
노력은 노력한 것으로 보상된다고.
그렇게 노력으로 증명하는 것들이
우리의 삶이 되는 순간
내가 가진 것들을 당당하게 만은 말할 수 있다고.
PS : 노력이 무엇인지 보여준 친구에게 오늘은 이 시를 드립니다. 그리고 노력한 모든 이의 당당함을 위해 이 시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