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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13. 2016

해를 지워라

PAPER BOX_62

부다페스트의 밤

도화지를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도화지가 검게 채워져 있다면

나를 하얗게 채워나가는 것이다.

결코 어둡지 않다 결코 두렵지 않다.

BGM_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디셈버


해를 지워라


보내는 해의 한나절 열정에 감탄했으면

꿈으로의 항해에 그의 미련을 두지 말고

숨죽이는 기대감으로 해를 지워라


밤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수록

오늘 나의 어둠을 남겨두고


아름다운 영혼으로

걸음마다 별 하나씩 달고

어두워가는 도중의 밝은 소망을

힘차게 피워내어라.


만만하지 않았던 공간들에서

꿈을 꾸지 못하는 빛의 꼬리를 잘라내고

이끌던 몸 힘 한가득 풀고

가득 찬 밤의 미로에

나의 용기를 더하라


파란색 지워가는 검은 순간에

나란 밝음으로 빛을 비추고

조그맣던 나를 물들일 검은 공간에

꿈으로 생각으로

또 하나의 열정으로


나의 모습을 채워라

나를 만들어라


해를 지워라

꿈결의 거센 파도를 일렁거리게

새순이 뱉는 숨들을 더욱 거칠게



타지에서 보았던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단연 손꼽을 만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야경이었습니다.

해가 저물어 가는 순간부터

모든 곳이 어둠으로 채워지는 순간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던 기분 좋은 생각들은

저를 충분히 만족하게 했습니다.


"검은색"이 가진 부정적 의미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아름다운 걸음과

건물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가로등

멀리서도 당당하게 빛나고 있는 도시의 주요 건물들

무엇보다

사람들의 끊임없는 행렬에 도시가 주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며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푸른색과 하얀색의 밝음이 지워지고

검은색과 간간히 비추는 노란 조명 빛이 채워질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숨소리와

거리를 걷는 소리

그 순간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이 모든 것이 검은 어둠을 더욱 빛나게 채워주는 것만 같다고


여기서 낮동안 한껏 모습을 드러내지만은 못했던 나의 어둠들이

암흑을 통해 흐려지고

내일로의 다짐과 목표

그리고 희망을

저 가로등 불빛에 맡기어

나도 이 거리를 빛낼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어둠으로 가려지는 것들도 많겠지만

어둠으로 채울 수 있는 것 또한 많습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결코 어둠은

어둡지만은 않은 어둠 아닐까요.

어둠을 통해 나의 꿈을 키울 수 있고

그곳을 빛내는 별들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누군가의 걸음에 보탬이 되어주는 가로등 불빛에

나의 용기를 더해

열정 가득한 순간을 상상할 수 있는

어둠은 그런 것입니다.


해가 내리쬘 때는 하지 못했던

나의 자랑도 한 껏 해 보고

가로등불에 의지해 나의 모습을 밝혀 보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도 그림자가 보이듯

희미하게 나의 어둠을 그림자로 맡겨

어둠에 녹아들게 합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존재고

나는 그렇게 오늘 밤을 빛냅니다.

나의 존재를 어둠에서 하얗게,

나로 빛을 내어 거리를 물들여 봅니다.

그렇게 오늘도 한 번은 나를 빛내어 봅니다.


PS : 어둠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나는 그 속에서 빛을 내는 시간을 준비하고, 새벽녘이 밝아오면 그 꿈들을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줍니다.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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