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시간, 잠깐의 시. 잠시(詩)
때로 인간은 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한다.
흔들림에 지쳐서라기보다 더 잘 흔들리기 위해서. 흔들리고 있다는 걸 잊기 위해서.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뒤엉켜버린 오장육부를 제자리로 옮겨놓기 위해서.
콤마씨_강정 글/허남준 사진
BGM_Say Something(Feat. Christina Aguilera) - A Great Big World
LINK_https://www.youtube.com/watch?v=-2U0Ivkn2Ds
봄바람의 온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의 찰나를 너에게 비추고
너의 향기를 내 온도에 주입할 수 있었던
행복한 만취였다.
여름 온도의 바람은
나를 뜨겁게 너와 마주하게 했다.
올라간 온도가 나를 만든 게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북극에서부터
차례차례 너를 녹게 했다
수많은 빛의 열정이었다.
억새가 만든 가을은
하얗고 눈부시게 너와 나
걷는 길을 만들어갔다.
높아진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따라
무던하게 너와 나 사이를 지나며
서로의 다리를 잇고
억세게도 마음을 가로질러 휘저었다.
그렇게 찹찹한 바람이
겨울을 만들었다.
서로의 온기를 고이 간직하기엔
이 겨울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흰 눈과 머리털 빠진 나무들
너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자연히 자연을 만들어갔다
너의 가치를 내 심장에서 고이
뛰고 있을 수밖에 없도록
지난 시간이
너를 증명하기에
너무나도 많은 단서를 남겨
바람같이 지나간
계절의 모습들에 나는
흔적들로 반긴다
바람
억새
온도
사람이 계절에게 바라는 것과
계절이 사람에게 남기는 것이
오늘은 온전히 당신만을 생각하게 합니다.
당신은 그 시간들로 나를 둘러싸고
나는 당신을 시간 속에서 느껴봅니다.
시간들은 과거가 되었으나
당신은 여전히 그 안에 존재하고
당신을 선명하게 나타냅니다.
당신과 함께 있던 계절에
나의 마음이 고이 담겨있지 않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이 계절들에
나는 당신의 마음을 추억하려 합니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