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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Oct 13. 2015

가을의 중점에서

PAPER BOX_27

작은 바다가 보이는 음식점, 가을에서

이렇게 바다가 깨끗해 보일 수 없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 바다가

더욱 짙어지고 깊어지는 이 지금이

이렇게 아이들을 깨끗하게 보이게 한다.

BGM_Thinking Out Loud-Ed Sheeran


가을의 중점에서

                                                            J PARK

마냥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부터

듣고 있던 음악소리에 묻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엄마와

같이 손을 잡고

쫑알쫑알 얘기하는 거 같은데


결국 달리기 시합을

하고 싶단 건가 보다

다 같이 저 만치를 향해

뛰어나간다.


왜 그럴까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보이고

순수해 보이는 건


엄마의 따뜻한 손길 안에

오늘도 그 아이들은

찹찹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커가고 있다.


가을 하늘이 낮은 이유

아이들이 그 하늘을 더 가까이서 보고

그 하늘을 느끼고

보며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구름과 해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낮게 보이면

멀리 펼쳐진 나무들도 한 층 가까워 보이고

결코 닿지 못하는 수평선도

왠지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달리기를 해도 목표지점이 가까워 보이겠죠.


아이들은 그렇게 가을을 통해 배우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더욱 가까운 시점으로 다가서며

주변에 시선을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 배려를 몸으로 체험하며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니까요.


돌들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부서지는 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돌을 때리는 소리도 아닙니다.

거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들립니다.

그제야 파도의 소리가 들립니다.

파도의 소리에 의미가 생깁니다.


사색의 계절, 가을

그 순간 순간을 통해 아이들은 여러 것들을 보고 배우며 자랍니다.

그 관찰력이 더뎌지는 성인들은

책을 통해, 사진과 글을 통해

때론 가을을 다시 한 번 흠뻑 느끼며

생각에 빠지곤 하지요.


어른이나, 아이나

가을의 중점에 서면

뭐든 배워가나 봅니다.

가볍게 눈요기를 하는 그 마음

그 속에서 찾는 잠잠함의  사랑하는 법

그래서 가을이 찹찹해도

옷깃을 여미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나 봅니다.


PS:가을은 한국소설을 읽기에 정말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한국만의 감성이 한국의 가을과 섞이는 그 맛이 제대로 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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