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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19. 2015

방부제

PAPER BOX_13

베네치아 부라노에서

가면이 웃고 있다.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이 옆을 지키고 창틀에 앉은 먼지가 가면을 감싼다.

화창한 날인데 잠잠하다. 오늘은 그 기분에  젖어들고 싶다.


방부제

                                                   J PARK

BEST BY:31. 12. 2011


방부제의 기한이 끝났다.

이제 더 이상 지켜줄 호위무사가 없다.

최종 시간이 지나면

부패가 시작된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3년의 세월에

이상 세계가 담긴 통조림 캔에 녹이 끼고

참치들은 힘이 다해

음지의 늪에 덮여 있다

고 생각한다


스스럼없이 다가갔고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하고 싶은 일. 로망에

전력 투구하고 싶었다.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감으로만 될 수 없다는 것을 배운

짜부러지고 말라비틀어지고 빛바랜 북어 같지만


타협으로 이상을 말하고

자신감으로 반은 성공했다는 것을 배운

이, 세상의 방부제가 되었다.


아직 부패가 끝나지는 않았다.

참치는 마지막 발악을 할 수도 있다.

아직 녹슨 뚜껑을 따보지 않았기에 "부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지속할 수 있게 플러스알파, 난, 방부제이다.


유통기한:2011. 12. 31


중학교 3학년

그 시절이 정말로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믿어주었던 친구들이 있었고

그 믿어주는 친구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일을 통해 이상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중학교 회장 선거

"웃음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겠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공약이었지만,

저는 이것 만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약속 한 가지 더.

"깨끗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저는 이 두 가지 공약을 걸고

회장 선거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바보"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때론 선생님들과 친한 저의 모습에 친구들의 눈엣가시가 되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행복하다는 의미를 배울 수 있었고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날들이었습니다.


고등학교 회장 선거

저는 "공부"라는 명목 아래

조금은 현실적인 공약을 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공부를 하면서도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바꾸겠다는 자신감으로

반은 성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이 지나갑니다.

부조리한 것들을 더욱 많이 보고 느끼며

세상에 일 등급, 4%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마음은 가질 수 있지만

실천할 사람들은 많이 없다는 것을

100명 중 4명. 그 4명 조차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1등급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세상을 바꾸고 싶고

그 말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세상을 그리는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의 4% 임은 자신감으로 확신합니다.


잠시

오늘 기분에  젖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를 한 번 더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울적한 마음

지친 마음

무기력한 마음

또 다른 마음

그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니까요.


유치한 공약이 때론 세상을 바꾸는 힘을 낳고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하루의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발걸음이 됩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되돌아 봅니다.

"하루가 짧다면 한 달. 한 달이 짧다면 일 년.

일 년에 한 번씩 좋은 일 하기."

그렇게 다짐을 하며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를 조심스레  밀어드립니다.

힘을 냅니다.


BGM_Tell Me If You Wanna Go Home-Keira Knightley

오늘의 브금은 시를 다 읽고 BGM의 해석과 함께 즐기는 게 좋을  듯하군요.^^


PS:방부제가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상하지 않게, 본질을 잃지 않게 하는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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