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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Sep 18. 2015

오, 나의 귀신님_비타민 C

PAPER BOX_12

골목시장에서

사람들로 붐비는 점심시간.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고 지나가는 시간이 구름을 붙잡는다.

그래도 사람사는 곳이라고, 활기찬 건 변함없다.


비타민 C

                                                                    J PARK

9번.

대기순번표를 손에 쥔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주인장의 성의가 가득 담긴

빨대가 꽂힌 작은 요구르트 한 병이

나를 반긴다.


기사식당. 안

주인장의 딸내미가 주문받는 소리는

기다려온 기사들의 배를 달래주고

새벽부터 안전운행을 위해 고군분투한

전사들의 웃음소리로 사랑을 채운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주걱으로 마이크를 대신하고

정해지지 않은 다음의 목적지로 떠나는

우리의 힘으로, 달래주는 배를, 사랑으로 채운다


2번.

나와 같이 도착한 동료와 함께 남았다.

오늘도 백만송이 장미를 쥐고 떠나는

53오 2368번 택시. 마음을 사랑한 택시

누룽지 북어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낮이 지구를 가장 사랑하는 2시의 늦은 점심시간

밥으로 채운 배를 친절로 나누어 줄

8시간의 항해를 다시 준비한다.


비타민이다.

한모금 요구르트에 담긴 골목길 맛집 순애네 기사식당의

마법의 에피타이져, 요구르트 삶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정주행합니다.

요즘은 지상파 드라마보다는 케이블 드라마를 즐겨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자체에서 묻어나오는 상업적인 면들이

케이블TV보다는 지상파TV가 더 많이 드러나 보여서일까요...?(필자 주관적 생각입니다. ^^)

그러다 보니 돋보이는 "주인공"들만 고려하는 드라마 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 나의 귀신님" 드라마 안의

순애네 기사식당에서 자주 밥을 먹는 "기사"아저씨를 화자로 선정했습니다.

드라마 상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씬에 불과하지만,

순애가 기사님들의 밥을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와

기사님들이 밥을 먹는 잠시동안의 기분전환

사랑하는 딸내미와 함께 장사를 준비하는 순애 아버지의 마음

각자의 인생들이 한 데 섞이는 아름다운 장소,

제가 느끼는 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특정 "기사"아저씨를 통해서

그 장소를 다른 시점으로 보고 싶었거든요.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저는 이 가사가 정말 와닿았습니다.

순애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기사아저씨, 그리고

그 기사식당 속 각 개인의 삶이

조화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담고 싶었던 부분이었고요.^^)


한국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한 번 쯤은

한 모금짜리 요구르트를 드셔 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 해 봅니다.

그래서 이 요구르트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비타민C

활기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또 한 번 생각 해 봅니다.


사람사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곳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요구르트가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곳에 여러사람들이 모일 수 있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곳에 여러분이 있기에,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PS:오늘은 상투적인 말로! "인생에서 조연이란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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