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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Feb 12. 2016

하나의 인연이 또 시작된 날

PAPER BOX_46

당신이 서 있는 곳에서 의미가 생긴다.

철창  내려앉은 가게 앞의 검은색 흔적들

바라보는 대상에 새겨지는 굳은 의미들

당신이 만든 인연으로 세상이 바라본다.

Virginia Moon-Foo Fighters


하나의 인연이 또 시작된 날

                                                               J PARK

하나의 인연이 또  시작된 날

나는. 내 꿈을 찾아 나설 채비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의 새벽길에서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공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각자의 사연이 있겠거니, 나에게로 다시 돌아올

발걸음  하나하나 기다리며

지켜볼 수 있는 자리. 우두커니 앉아

6030원의 행복. 5000원의 새벽밥과 함께

눈 붉히는 새벽을 맞이한다.


누구에게는 좋은 자리. 편안한 삶

안정된 자리로 보이는 세상

또 다른 누군가에겐 형식적인 위치

지루한 삶 생기 없는 밋밋한 세상


각자의 판단이 어우러진

고추장 가득한 비빔밥

한 가득 푼 숟갈에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

새벽을 사랑하는 사람

낮의 어둠을 직관하는 사람

새삼 눈 뜬 장님이 되었다.


다른 이의 사랑할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다른 이가 버린 사물(死物)을

재해석한 사물(私物)로


원하는 순간이 다가오기만을

고대하는 지금에 생각하기를


인연 하나 시작된 날. 또

나는 내 로망에 속삭이기를

어쩌면 지금이 새벽길 순간에서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시작한다.



이른 시간, 새벽

아침을 준비하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태양이 눈을 뜨는 시각

찬바람을 맞서며

목도리 여미고, 또 옷깃을 여미면서도

손에 든 가방 하나, 꼭 붙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요.


지하철이니, 버스니

출근길은 여전히 붐빕니다.

4계절을 불문하고

매일 아침 일찍부터 오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온하지만은 않은,

그리고 외롭지만은 않아 보이는,

그런 아침입니다.


2016년 현재

최저 시급 6030원.

작년보다는 약 500원이 오른

크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금액입니다.


방학 시즌만 되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끼고 살게 되죠.

휴학을 결정한 학생들도

차마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는 못하겠고

이래저래 자기가 벌어 쓰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며

카페 커피 한잔에 잘하면 베이글 하나 시킬 수 있는,

결코 끼니는 될 수 없는 돈을 모으기 위해

하루, 거의 반을 씁니다.


그렇게 일터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점심 저녁 시간.

정해진 시간대에 물밀듯이 몰려오는

사람들을 그냥 스쳐지나 보내기도 하지만

하나 둘 단골이 보이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죠.


현재를 사랑하고 싶어도

그 사랑을 준비하다 하루가 갑니다.

적당히 필요한 곳에 쓰일 돈이기 때문에

조금은 즐기고 싶다만 모아두게 됩니다.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동안

적지 않은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일터에서 활동하는

청년들, 그리고 그 힘

오늘은 그들이 제일이라고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땀과 노력

인정해 드리고 싶습니다.

꼭 청년이 아니라도

하루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의 힘,

멋지다고 말해 드리고 싶어요.


현재를 사는 여러분

오늘의 사랑을 사용할 여유는 부족하다만

사랑을 할 순간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매 순간 치이겠지만

그중에서도 웃을 수 있는 행복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가끔은

신세한탄도 필요하고

세상, 살아가는 것 힘들다고

인정할 때도 필요합니다.


그 이야기를 혹시나  들어줄 때엔

"나도 힘들다."라는 말 대신에

"힘든 것 말해줘서 고맙다."

조심스럽게 말해줍시다.


PS :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오늘도 형식적인 말로 대신합니다.

이런 말이 가끔씩은 참 와 닿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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