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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Feb 06. 2016

그대 내게

PAPER BOX_44

베네치아에서

거리를 따라 그린다.

종이 한 장에 거리를 만든다.

그 종이에 거리를 담는다.

이 순간을 이해한다.


그대 내게


그대여

걱정거리들로 다리가 무거운

오늘 하루

작게나마 퇴근길 노랫소리에

당신의 감성을 맡겨주어 고맙소.


고민이 밤을 지배하는

그대여

가로등 불 의지하고 이 길을

한 발짝씩 걸어주어 고맙소.


그대여

새로운 세상

한껏 받아들이느라

차가운 공기 이겨내어 고맙소.


머뭇거림이 유난히 많았던

오늘 그대여.


그 머뭇거린 모습을

나에게 잠깐이나마 비춰주어

고맙소.


그대

나에게

상처 하나

보여주어 고맙소.


내가 그대를 이해할

기회 하나

만들어 줘 고맙소.



저도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내가 짊어진 짐, 그 고민과 힘듦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면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그 고민과 힘듦이 전가된다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그 짐을 혼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것이

오해라는 것은 한 순간에 깨닫게 됩니다.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 사람이 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또는 그 사람이 진지하게 생각해 주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되는 것이죠.

'아, 진짜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는구나.

혼자 싸매 둔다고 해결이 될 일은 아니었구나.'하고요.


힘든 점을 말하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도

각자의 고민과 무거운 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들어주는 입장에 있을 때에

그 이야기를 "자신"에 대비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이야기의 소유를 "상대방"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죠.

그리곤 그것을

점점 "나"로 인해 반쪽이 될 수 있게끔

들어주는 것이겠죠.


고민을 말하는 사람은

그래서 전혀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나의 고민이 상대방에게로  전가되는 것이 아니라

털어놓음으로써 고민의 반은

공기 속으로 증발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상대방의 어깨에 또 다른 짐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잠시 그 짐을 같이  풀어헤치고는

필요 없는 것들을 더는 순간이에요.


그러니 여러분

혹시나 그 고민을 꽁꽁 싸매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한 걸음,

그 고민을 살며시 건네어만 보는 것도

굉장한 용기를 내신 거예요.

그리고 그 용기는

반드시

무겁게 꾸리고 나왔던 짐을

조금씩 덜어 줄 것입니다.

그대가 무겁지 않게끔요.


당신과

무거움이 덜어진 공기를 같이해서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 고민을 이야기하려고 마음먹어 준

용기가 정말이지 고맙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서

진심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인간이 한 평생 걸었던

모든 걸음을 합치면

16만 킬로미터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 그 16만 킬로미터라는 장황한 거리를 걸을 때에

서로 힘이 되어 주며

때로는 짐을 덜어 주기도 하고

가끔은 같이 울어 줄 수 있으며

세상을 사랑하며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요.


PS :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다들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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